지난달 롯데하이마트는 다양한 IT 기기를 판매하는 ‘모바일대전’을 열었다. 수많은 제품 중에서 소비자 마음을 잡은 제품은 훠이신 커이지 스마트워치 ‘미프리 M1’이었다. 치킨 한 마리 값(1만9900원) 정도 부담 없는 가격이 장점이었다. 하이마트가 준비한 물량 5000대는 닷새 만에 완판됐다. 회사원 서홍식 씨(32)는 “더 좋은 제품이 나오면 갈아타고 싶은데 가격도 부담 없어 고민 없이 샀다”며 “써보고 마음에 안들어도 억울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전자업계에 ‘패스트 IT’ 바람이 불고 있다. ‘패스트 IT’는 값싼 옷을 단기간에 입고 교체하는 ‘패스트 패션’을 전자 제품에 접목한 말이다. 중저가 제품이 대거 등장하면서 전자제품도 ‘유니클로’처럼 쉽게 사고 교체하는 시대다. 일본 의류회사 유니클로는 가격파괴로 포화된 의류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 고가 제품이 대우받던 IT 시장에서도 ‘유니클로’처럼 저가 제품을 앞세운 제조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샤오미, 화웨이 같은 중국 제조사들이다. 2만~3만 원인 타제품보다 저렴(9900원)한 샤오미 보조배터리(5000mAh)는 연일 완판 행진이다. 레노버 태블릿 PC A7-10도 히트쳤다. 통상 20만원 넘는 태블릿PC 절반 가격(9만9000원)이 매력이다.
5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닷컴에 따르면, 중국산 태블릿 점유율은 1년새 20%대에서 50%대로 급증했다. 프리미엄 제품 위주였던 스마트폰도 저가제품이 인기다. 국내 최저가 스마트폰 화웨이 Y6는 출시 16일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TG앤컴퍼니 루나(LUNA), 삼성전자 갤럭시J7, LG전자 밴드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만든 저가폰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 제품은 유니클로처럼 저가지만 품질(‘가성비’)이 우수하다. 미프리 M1은 전화번호 조회, 메시지 확인 등 웬만한 스마트워치 필수기능이 모두 들어갔다. Y6는 5인치 고화질 디스플레이, 800만화소 카메라를 장착했다. Y6를 단독 판매하는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그동안 저가폰은 실버세대가 많이 썼지만 요즘은 젊은층 구매가 높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저가폰 인기는 실속을 따지는 소비 트렌드와 부합한다”고 했다.
최신 기술에 민감한 소비자가 증가한 점도 ‘패스트 IT’ 확산과 맞물린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휴대폰 평균사용기간 및 교체시기 분석’에 따르면 스마트워치 보유자는 휴대폰 평균 사용기간이 7개월인 반면 미보유자는 1년 7개월이었다. 최신 기술에 관심이 높은 사람일수록 제품 교체가 빠르다는 뜻이다.
이지환 롯데하이마트 바이어는 “IT 기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높은 가격때문에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그러나 가격이 대폭 떨어지면서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저가형 제품을 사서 단기간 사용하다가 또 다른 저가형 제품을 구매하는 ‘패스트IT’ 구매 형태가 젊은층 사이에서 뚜렷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패스트 IT’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 발달로 단가를 낮추면서 품질을 유지할 줄 아는 제조사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박병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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