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정보화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막는 과잉 규제로 인해 331억원 예산을 들여 구축 예정인 정부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도입이 부실화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331억원의 예산을 들여 국고 보조금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업체 선정을 위해 입찰 공고를 냈지만 계속 ‘입질’이 없다가 결국 중소기업 1곳만 입찰했다. 기획재정부는 조달 규정에 따라 오는 29일까지 재입찰 공고를 냈지만 또다시 단독 입찰에 그치면 결국 1차 입찰자에 사업권을 부여하게 된다. 업체 입장에선 사실상 독점적으로 입찰 경쟁 없이 무혈입성하게 됐다. 반면 시스템 품질 관리와 가격 경쟁이 중요한 정부로선 경쟁 입찰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 셈이다. 2005년 정부가 600억원을 투입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을 입찰했을 때 삼성SDS와 LG CNS 컨소시엄이 사업권을 따내려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것과 천양지차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정부가 소프트웨어산업진흥법을 개정해 2013년 1월부터 공공정보화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보호 육성 목적이라도 경쟁을 과도하게 제한하게 되면 특정 업체 몰아주기와 담합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생겨난다”면서 “중소기업 보호 목적으로 전체 산업 경쟁력을 저하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디브레인 등 전자정부 사업을 수출 상품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러시아, 에콰도르, 우즈베키스탄 등에 수출을 타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는 코스타리카, 페루와 재정협력을 체결하고 디브레인 수출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들 나라와 수차례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지금껏 정식 수출 계약을 맺은 나라는 한곳도 없다. 2013년 국제연합(UN)이 디브레인에 공공행정상 대상까지 수여하며 국제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국부 창출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관계자는 “막상 현지에 전자정부 모듈을 수출하려고 하면 현지에 개발 인력이 부족하고 인프라도 거의 없어 실제 수출로 이어지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자정부 모듈을 수출상품으로 키우려면 인력과 인프라가 함께 진출해야 한다. 개발 노하우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업체 혼자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지 않나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자 업계 관계자는 “2013~2014년 LED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한국 안방 시장도 중국 업체가 장악했던 전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규제를 도입하기 전 먼저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더 심각한 문제는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뒤로 공공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도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호근 연세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2013년 공공사업분야 매출이 2012년 대비 약 2.53배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1%에서 0.1%로 불과 1년만에 20분의 1로 줄었다. 이 교수는 “양적성장에 비해 질적성장은 없고 중소·중견기업간의 경쟁 심화로 영업환경이 나빠졌음을 방증하는 결과”라며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간의 하도급 구조가 여전히 존재하고, 신기술 도입을 위한 연구개발 활동은 줄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에 문제가 된 ‘국고보조금통합관리시스템’ 사업은 날로 만연화하는 보조금 비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을 결정했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금을 따로 관리하면서 중복 수령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
[김규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