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로 불리는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섬세한 동물이다. 건강, 성공, 수호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면서도 동시에 간사하고 잔꾀를 부리는 동물로도 알려져있다. 2016년의 주인공인 원숭이. 우리는 원숭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본다.
◆인간과 유사한 영장류
원숭이와 인간의 공통점은 둘 다 영장류(靈長類)에 속한다는 것이다. 손톱이 있고 엄지와 검지를 맞대 동그랗게 만들 수 있다면 영장류에 속한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사람은 꼬리가 없고 큰 뇌를 가지고 있어 대형 유인원으로 구분된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은 영장류에서 진화했다. 그만큼 영장류와 사람이 매우 가깝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유전적 차이는 겨우 1.2%에 불과하지만 이는 500만~700만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형성됐다. 영화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 처럼 침팬지나 고릴라에게 특정 약물을 주입한다고 해서 갑자기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원숭이와 사람의 학습과정은 놀라울 만큼 유사하다. 일본 교토대 영장류연구소 마쓰자와 데쓰로 교수는 1978년 침팬지의 학습능력을 알아보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아이(AI)’라는 이름의 침팬지에게 한자를 가르쳤다. 아이가 새끼 ‘아유무’를 낳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엄마인 ‘아이’의 학습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아유무가 생후 9개월만에 글자맞추기를 성공한 것이다. 10개월 무렵엔 좁은 구멍에 긴 막대를 끼우거나 컵을 포개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침팬지의 모자 간의 유대를 기반으로 학습이 이뤄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원숭이들은 사회생활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1952년 일본 규슈의 작은 섬 고시마에서 영장류를 연구하던 과학자들은 원숭이들이 흙이 묻은 고구마를 어떻게 먹는지 관찰하기 위해 조금은 짓궂은 실험을 진행했다. 밭에서 갓 뽑은 고구마를 원숭이들에게 던져준 것. 손으로 털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 진흙때문에 원숭이들은 고구마를 먹는데 애를 먹었다.
그러던 중 18개월 된 한 암컷 원숭이가 고구마를 바닷물에 씻어먹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본 원숭이들은 그 암컷을 따라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했고 실험 시작 10년 후 고시마 원숭이의 4분의 3 이상이 고구마를 씻어먹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암컷의 행동이었다. 고구마를 ‘일부러’ 바닷물에 찍어먹기 시작한 것이다. 고구마를 소금에 찍어먹으면 단 맛이 더 강해진다. 이같은 행동은 원숭이 사회에 빠르게 퍼져나갔다. 재밌는 것은 서열 높은 원숭이들은 이같은 행동에 별반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 나이 많은 수컷들은 젊은 암컷과 어린 원숭이들이 고구마를 씻어 먹어도 여전히 손으로 털어 먹는 기존 방법을 고수했다. 마치 사람들처럼 나이 많은 쪽이 더 보수적이었던 것이다.
◆‘한국’ 원숭이가 없는 이유?
‘일본 원숭이’라는 명칭은 익숙하지만 ‘한국 원숭이’라는 말은 어색하다. 원숭이들은 대부분 열대우림의 따뜻한 기후에 서식하지만 오세아니아,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발견된다.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대륙을 중심으로 열대 또는 아열대기후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북위 40도선 위에선 발견되지 않는다.
위도상으론 한반도에서도 원숭이가 서식할 수 있고 구석기시대 유적에서 지금은 없는 짧은꼬리원숭이 화석이 발견되기도 했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법흥왕 14년(527년) 이차돈의 목을 베자 ‘원숭이들이 떼 지어 울었다’는 구절이 있다.
조선시대에도 원숭이와 관련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각국은 사신을 통해 조선에 선물을 보내왔는데 이 중엔 원숭이도 포함돼있었다. 성종(조선 9대 국왕)실록에는 당시 유구국(오키나와)으로부터 원숭이가 선물로 왔다는 기록이 있다. 성종은 겨울 추위에 떨 원숭이가 걱정돼 흙집을 짓고 옷을 만들어 입히라는 어명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신하 손비장이 “원숭이는 상서롭지 못한 짐승인데 어찌 사람의 옷을 입힐 수 있겠나이까”라고 반대하자 성종은 “내가 한낱 짐승을 아껴서가 아니다. 외국에서 바친 것을 어찌 얼어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사람의 옷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사슴 가죽을 입히라고 명한 것이니 경이 잘못 들은 것이다.”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임금이 주색과 애완동물을 가까이하면 성군으로서 위엄이 떨어진다고 믿고 있었던 신하들의 근심걱정이 태산이었을 것이다.
한반도에 원숭이가 없는 것은 생태계 차이 때문이다. 일본, 중국과 달리 한반도에는 고양이과 대형 육식동물이 많았다. 이 때문에 원숭이가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 호랑이 표범 등 고양이과 대형 동물들은 일제 강점기 이후 남획으로 멸종됐지만 일제시대 이전까진 그 수가 많았다. 고양이과 육식동물들은 나무타기 선수들이라 원숭이들에겐 무서운 천적이었다.
◆원숭이 주식은 바나나?
원숭이의 주식, 혹은 원숭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 하면 바나나를 쉽게 떠올린다. 문제는 열대우림에 사는 원숭이를 빼면 자연에서 바나나를 구경할 수 있는 원숭이는 없다.
노련한 사냥꾼인 침팬지는 새, 토끼, 멧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을 잡아먹는다. 몰이꾼, 포획꾼으로 역할분담을 해 사냥에 나선다. 원숭이는 과일도 즐겨먹는다. 과일이 익는 시기를 기억해 따 먹을 정도로 지능도 높다.
흥미로운 것은 큰 덩치의 고릴라는 겉보기와 달리 채식주의자라는 것이다. 고릴라는 다양한 식물을 찾아 자연을 헤매는데 이들은 자연에서 발견한 다양한 약초를 이용해 다친 몸을 치료하기도 한다.
‘약초 전문가’인 고릴라가 먹는 식물을 인간의 약으로 개발하기 위해 고릴라를 쫓아다니며 이들이 먹는 식물을 채집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고릴라가 치료에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물은 학계에 알려진 것만 100여종에 달한다. 기생충 억제제, 항진균제, 강장제, 호흡불안치료제 등 다양한 식물들이 약용으로 발견됐다.
아프리카에 자생하는
[원호섭 기자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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