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발생했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도성 기자.
【 질문 1 】
인천공항이면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국제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어떤 식으로 20대 베트남 남성이 밀입국했던 겁니까?
【 기자 】
네, 지난달 29일 우리나라로 밀입국한 25살 베트남 남성은 자동출입국심사대를 노렸습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담당 직원이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심사하는 유인심사대와는 다르게,
여권을 스캐너에 찍으면 유리벽 두 개로 이뤄진 첫 번째 문이 열리고, 그 안으로 들어가서 손가락 지문과 안면 인식 과정을 거치면 두 번째 문이 열리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줄을 길게 늘어서야 하는 유인심사대보다 편리하고 심사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 인천공항에 모두 12개 구역에 72대가 설치돼 있습니다.
이 남성은 첫 번째 문의 유리벽 사이로 몸을 밀어 넣어 통과한 건데요.
강제로 문을 열면 경고음이 울리게 돼 있지만, 이 소리를 듣고 이상히 여겨 신고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이 남성이 2분 만에 유유히 공항을 빠져나갈 때까지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겁니다.
【 질문 2 】
우리나라 최고보안등급시설인 인천공항이 어떻게 이렇게 허무하게 뚫릴 수 있었던 겁니까?
【 기자 】
먼저 당시 보안요원이 제자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다른 지역에 지원업무를 나가느라 공백이 생겼던 겁니다.
보시는 것처럼 베트남 하노이에서 출발해 우리나라에 들어온 시각이 지난 29일 새벽 5시쯤입니다.
14번 게이트로 왔는데요.
인천공항 A 입국심사장, 그러니까 이곳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한 게 아침 7시 24분입니다.
2시간 반 정도의 시간 차가 있다는 건데, 걸어오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운 것을 확인하고 밀입국을 시도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사실을 한참이나 알아채지 못했다는 겁니다.
관리 책임이 있는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이 베트남 남성이 환승 비행기에 몸을 싣지 않았다는 항공사 측의 신고를 받고 나서야 밀입국 사실 파악에 나섰습니다.
결국, 11시간이나 지나서야 이 남성이 공항 밖으로 빠져나갔다는 걸 확인했고 대응이 뒤늦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 질문 3 】
담당 직원이 자리를 비웠다는 것도 문제지만, 그것만으로도 밀입국을 허용했다는 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요.
【 기자 】
인천공항 안팎에는 모두 2천여 대에 달하는 CCTV가 공항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지만,
말 그대로 그저 지켜보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아무리 최첨단 장비라도 결국 사람이 관리하는 건데,
인천공항이 성장하면서 승객이 꾸준히 늘었지만, 관리인력은 충분히 확충되지 않았고,
그나마도 경비·보안 인력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이고 층마다 다른 업체가 관리하는 실정이라 적절히 조치할 수 없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리고 '작은 정부청사'로 불리는 인천공항에는 20여 개 기관이 모여 있지만 보안을 총괄하는 기구가 없다는 점도 지적됩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전체적으로 시설을 관리하는 인천공항공사를 비롯해 출입국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법무부와 치안을 맡고 있는 경찰 등 다양한 기관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기관별로 담당구역도 달리하고 있어서 서로 공조가 잘되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가 있다는 건데, 전문가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 인터뷰(☎) : 이호일 / 중원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무슨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같이 협조해서 업무 처리를 해야 하는데, 전체적인 보안을 관리·감독할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에…."
【 질문 4 】
인천공항에는 폭발물 의심 물체가 설치되기도 됐잖습니까?
이 역시 공항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 기자 】
네, 베트남 남성이 밀입국한 바로 그 날이죠.
인천공항 남자 화장실에서 가로 25cm, 세로 30cm 크기의 상자가 발견됐습니다.
겉 부분에는 부탄가스통과 라이터용 가스통도 붙어 있었는데,
상자 안에는 아랍어로 "너희에게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고 쓰인 메모지도 나왔습니다.
벌써 닷새째지만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지문을 채취하고 현장 주변 CCTV를 분석했지만, 용의자 특정을 위한 구체적인 단서를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경찰은 수사 인력을 늘리고 유력한 증거가 확보되면 공개수사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 앵커멘트 】
네, 지금까지 경제부 이도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