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심리학자로서 참으로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성격과 능력’의 함수관계다. 좀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보자. 며칠 전에도 어떤 분께 이런 질문을 받았다. ‘창의적인 사람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나요’라고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도 이런 종류다. ‘어떤 성격을 지닌 사람이 리더에 적합한가요?’라고 말이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또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도 성격과 능력은 큰 관계가 없다.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역량 요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리더십이나 창의성 역시 성격과의 연관성은 크게 높지 않다. 왜일까? 성격과 역량의 근본적인 측면을 들여다보면 그 해답을 의외로 자연스럽고 쉽게 얻을 수 있다.
성격이란 무엇인가? 학문적으로 정확한 정의를 굳이 하지 않더라도 ‘어떤 사람을 다른 사람과 구분 짓게 만드는 안정적이고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을 의미한다. 여기서 우리는 안정적이고 잘 변하지 않음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상황이나 여건이 변해도 고집스럽게 유지되는 특징이 성격인 것이다.
그런데 창의성과 리더십과 같은 역량의 본질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람과 상황 그리고 주어진 일이 변화함에 따라 매우 적극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변하지 않는 측면인 성격이 변화무쌍함을 골자로 하는 대처 능력인 리더십과 창의와 상관이 높이 않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실제로 MBTI, Big-5 등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익숙한 성격과 관련된 수많은 측정치들과 역량과의 상관은 낮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하더라도 대부분 실망스러울 정도로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어서 논문을 읽는 다른 연구자들로 하여금 다소 허탈함마저 느끼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데도 우리는 왜 성격과 능력을 자꾸 연결시키려 할까? 하나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다 맞는 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방성(openness)이 높은 성격의 사람이 창의적이다라는 연구 결과는 꽤 많다. 하지만 개방적인 성격과 오히려 반대적 측면이 강한 내향적인 사람이 창의적 결과를 더 많이 내어 놓는다는 연구물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단편적인 생각들이 난무하고 심지어는 서로 또 상충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리더십과 창의성이라는 것을 이루고 있는 구성요소들은 무수히 많다. 따라서 어떤 성격적 측면이 높다면 역량의 구성요소 중 하나에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구성요소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격의 우열보다는 그 성격에 적합한 메시지가 그 사람에게 전달되는가 여부가 다양한 역량에서 우열의 차이를 확연하게 만들어 낸다.
좋은 예를 하나만 들어보자. 개인주의적 성격이 강한 사람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라’라고 했을 때 창의적 결과물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 나라고 하는 개인을 새로운 것을 통해 부각시킬 수 있는 동기가 강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성이 강한 사람들은 오히려 ‘새로운 것’이라는 주문을 받을 때 큰 부담을 느낀다. 새로운 것은 기존과 다른 것이고 기존의 것을 위반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사회성이 강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요긴한 것을 만들라’라고 하면 이제 창의적인 결과물을 더 잘 내놓는다. 다시 말해 성격에 따라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 놓는 데 각기 다른 유형의 메시지와 경로를 거치는 것 뿐이다.
새해에는 예를 들어, “이 사람은 MBTI 검사 결과 성격 유형이 OOOO니 관리자로서는 적합하지 않겠지요?”라는 식의 질문이 이제 좀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격은 결코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잘하는지 여부에 관한 황금잣대가 될 수 없다. 그 보다는 ‘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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