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서 동물이나 식물 등의 유전자의 배열을 바꾸는 행위를 부르는 용어가 아직은 통일되어 있지 않다. 유전자의 변형을 가져오는 유전공학 기술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사용하는 용어가 제각기 다르다.
원자력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에 대해 우호적인 사람들은 이를‘원자력발전’이라고 부르고 이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은 ‘핵발전’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용어를 둘러싼 헤게모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현재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용어는 유전자조작(gene manipulation)이다. 하지만 ‘유전자조작식품’등 ‘조작’이라는 용어가 풍기는 부정적인 뉘앙스때문에 과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용어를 선호하지 않는다.
유전자 변형(genetic modification)이 가장 가치 중립적인 용어지만 너무 중립적이기 때문에 찬성하는 쪽에서도 반대하는 쪽에서도 외면을 받고 있다.
최근에 와서 널리 쓰이기 시작한 말은 유전자 편집(gene editing)이다.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가 나온 뒤부터는 이 용어가 힘을 얻고 있다. 유전자 가위 기술의 정확성과 안전성이 높아져 의도하는 방향으로 유전자의 배열을 바꿀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 가위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자들은 유전자 편집이라는 용어를 부담스러워 한다. 대신 유전자 교정이라는 용어로 불러 주기를 바란다. ‘편집’이라는 용어가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은 “500페이지짜리 책에서 틀린 글자 몇개 바꾸는 것을 교정이라 부르지 편집이라고 하지는 않는다”며 “인간의 32억개 염기 중 고작 몇 개를 바꾸는 것은 유전자 교정이지 유전자 편집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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