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관영 에이스테크 대표 |
“우리 제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대응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구 대표는 즉각 안테나 샘플을 챙겨 인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내가 왜 샘플을 들고 인도까지 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인도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직접 대응키로 했다. 뭄바이 릴라이언스 사옥에는 지오틴드라 태커 사장을 비롯한 임원들은 불신이 가득한 눈으로 맞았다. 구 대표는 정공법 대신 우회책을 택했다. 그는 “제품을 회의장에 들고 가 직접 설치하는 방법을 시연했다”면서 “하지만 설치를 잘못했더라도 물이 스며들지 않게 해야했고 물이 스며들더라도 부식이 되지 않도록 만들어야 했는데 모든 것이 우리의 잘못”이라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릴라이언스측은 모든 제품을 다시 싣고 가서 수리하고 제품 스펙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계약서대로 안테나를 생산해 공급한 에이스테크놀로지는 어이가 없었지만 모든 요구를 수행했다. 릴라이언스측은 당초 얘기했던 물량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1000개의 제품만을 실어 보냈다. “해당 물량만 수리를 부탁 드리며 우수한 품질에 납기까지 잘 지켜줘서 늘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과 함께. 에이스테크놀로지는 그 즉시 제품을 손봐서 인도에 다시 실어 보냈다. 구 대표는 “그들도 내부 검토한 결과, 에이스테크놀로지의 잘못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큰 위기가 닥쳤지만 오히려 신뢰를 굳건히 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듬해 잭팟이 터졌다. 지오틴드라 사장이 “글로벌 기업인 독일 통신장비 회사 로젠버그에서 30%만 공급받고 나머지는 에이스테크놀로지에게 주문하라”고 지시한 것. 이후 안테나 공급 규모가 10배 이상인 8300만불(약 874억원)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는 주문이 1억1000만불(약 1244억원)로 늘었다.
지금도 인천 남동공단 공장에서는 직원들이 인도에 공급할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밤낮없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는 다른 통신사업자들도 앞 다퉈 4G LTE 통신망 투자에 나서고 있어서 에이스테크놀로지의 미래 전망이 밝다. 이 덕분에 불황에도 회사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2012년 2853억원, 2013년 3156억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14년에는 4275억원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4400억원이 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시장 점유율 5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에이스테크놀로지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안테나는 6%, 통신용 필터는 8%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점유율 2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구 대표는 “지난 1984년 국내 최초 카폰안테나 개발을 시작으로 현재의 4G LTE에 이르는 첨단 무선 고주파 시스템 및 차세대 안테나에 이르기까지 지난 30여 년간 축적된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며 “수출과 내수 비중이 각각 70%와 30%가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수출 비중이 80%이상으로 더욱 늘었다”고 말했다.
일본 미국 중국 인도 베트남 등에 안테나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13개 나라의 연구원들이 현지 실정에 맞는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같은 고공행진이 가능한 것에 대해 에이스테크놀로지는 관련 특허 400여개를 등록하고 R&D를 위해 매년 200억 이상 투자할 정도로 기술력을 높이는데 혼신을 다한 것을 원인으로
최근 구 대표는 ‘자동차 전장’과 ‘방산’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구 대표는 “이동통신에 들어가는 무선기술은 군용 장비에도 적용된다”며 “방산분야에서 국내에는 LIG넥스원 한화탈레스 등에 안테나와 통신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 =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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