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5일자 사이언스. 탈모를 연구한 논문을 표지논문으로 선정했다. <사진 제공 = 사이언스> |
최근 과학자들이 노화로 인한 탈모는 모공의 줄기세포가 나이들어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모공을 만드는 모공줄기세포(HFSC)가 건강해야 머리카락이 유지되는데 이 모공줄기세포의 유전자가 손상되면 탈모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도쿄대 의대 마쓰무라 히로유키 교수와 뉴욕대 이토 마유미 교수 등 연구팀은 실험쥐 모델을 통해 노화로 인해 탈모가 가속화되는 과정을 연구했다. 쥐는 생후 18개월이 되면 탈모가 시작되는데 연구팀은 탈모가 시작된 쥐의 피부를 연구했다. 그 결과 탈모가 시작된 쥐의 모공이 작아지고 그 수도 감소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모공을 생성하는 모공줄기세포의 변화가 이같은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공줄기세포에 관여하는 유전자 손상이 발생하면 모공줄기세포가 변화하면서 탈모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COL17A1’이라는 유전자가 모공줄기세포의 변화에 관여하는 주요 인자라고 밝혔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이 유전자를 없앴더니 모공줄기세포가 없어진 것이다. 연구결과는 4일 사이언스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중앙대학교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는 “모발을 잡아주는 모공줄기세포가 약해지면서 탈모가 나타난다는 연구”라며 “줄기세포도 나이가 들면 모발이 빠지고 가늘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의 손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단백질 손상때문”이라며 “연구팀이 밝혀낸 COL17A1은 17번째 타입의 콜라겐을 만드는 유전자를 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부, 힘줄, 뼈 등을 이루는 콜라겐 1, 연골을 이루는 콜라겐 2, 세포막을 형성하는 콜라겐 4 등 콜라겐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김 교수는 “콜라겐은 피부를 재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리 몸의 털을 만들때도 꼭 필요한 성분”이라며 “COL17A1은 콜라겐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인데 ‘콜라겐 17’의 경우 세포 안과 세포의 구조물들을 표피에 고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콜라겐 17은 ‘구조 콜라겐 단백질’인데 일종의 접착제 역할도 한다. 이 콜라겐이 제기능을 못하거나 감소하면 탈모로 이어지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를 보면 모공줄기세포를 다시 되살려볼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COL17A1이 노화가 진행되면서 가수분해로 없어지니까 이 가수분해를 막거나 분해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노화로 인한 탈모를 멈추거나 늦출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콜라겐 보충제를 섭취하면 도움이 될까. 김 교수는 “먹는 콜라겐은 체내에서 소화된 뒤 재조합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콜라겐 17’은 재조합되기 어려워 콜라겐 보충제 등으로는 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는 어디에 적용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병적인 탈모를 연구한 것이 아니라 노화로 인한 자연스러운 탈모를 연구한 것”이라며 “의약품보다는 샴푸, 토너, 에센스 등 화장품 분야에서 더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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