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증시가 바닥없이 추락하고, 엔화값이 초강세로 반전되면서 아베노믹스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일본은행(BOJ)이 곤경에 빠져들고 있다.
연간 80조엔(820조원)에 달하는 금융완화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는 데다 지난달 29일 전격 발표한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높은 부채비율로 재정확대(제2화살)는 제한적이고 구조개혁(제3화살)은 더딘 상황에서 일본은행의 제1화살에 대해서도 시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아베노믹스 위기론이 불거질 조짐이다.
도쿄 증시는 지난 9일과 10일 이틀 동안 1290포인트(7.6%) 폭락하며 일본은행이 제2차 양적완화를 단행했던 2014년 10월 31일 전날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당시 1만6000을 밑돌던 도쿄 증시는 일본은행이 연 80조엔에 달하는 2차 양적완화를 발표한뒤 엔화 약세가 본격화되자 순식간에 1만6000선을 뚫고 올라가 지난해 한 때 2만1000에 근접하기도 했다. 양적완화발 엔화약세가 일본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제고시키고 기업실적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도 엔화약세에 불을 붙이는 조치로 해석되면서 이날 일본 증시는 폭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유럽발 금융 불안과 계속되는 원유가격 급락 등 혼란스런 대외변수때문에 글로벌 경제가 시계제로 상황으로 치닫자 안전자산인 엔화 매수세가 급증, 달러당 엔화값이 강세로 전환되자 주가가 폭락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직후 달러당 엔화값이 125엔까지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외부변수때문에 반대로 엔화 매수세가 강해지면서 이날 달러당 엔화값은 114엔대 중반까지 올라섰고 시장은 당분간 엔화 약세보다는 강세를 점치는 분위기다.
닛케이에 따르면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씨티증권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향후 3개월간 엔화값이 110~120엔 사이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외환전략가는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투자자들에게 엔화 약세 요인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시장이 안정되지 않는 한 엔고로 쏠리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행 완화정책이 바라는 것처럼 엔 매도로 회귀하는 것은 빨라도 반년 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쓰이스미토모에셋매니지먼트 와타나베 히데시게 펀드매니저는 “엔고가 더 진행되면 올해 기업 이익감소가 불가피해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본은행은 지난 2014년 10월 31일 연 80조엔의 통화량 공급이라는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발표한 후 지금까지 1년 3개월 동안 약 100조엔(1024조원)의 돈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엔화값은 당시 110엔 안팎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주가는 1만6000 미만을 밑도는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일본은행 금융완화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물가상승률 2% 달성시기마저 2017년도 상반기로 늦춘 상황에서 대외변수로 금융시장까지 흔들리면 디플레 탈출 목표 달성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지난달 29일 일본은행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빼든 마이너스 금리 도입도 제대로 된 결정이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은행 금융완화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상대도 없이 혼자 씨름을 하는 형국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것은 시중은행을 통해 기업과 개인에게 돈을 풀어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대외변수가 불거져 안전자산을 찾아 국채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장기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당초 원하던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일본은행이 오판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자처했
[도쿄 = 황형규 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