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참내. 정부 대책이 이것밖에 없나요. 우리더러 대체 어떡하라는 얘기입니까.”
12일 오전 개성공단기업협회 주재 비상총회 참석차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 모였다가 정부 지원대책 발표를 함께 시청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 300여명에게선 허탈한 헛웃음만 흘러나왔다.
정부는 이날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회의를 열고 은행 대출금리 인하, 긴급 경영안정지원자금 대출, 기업별 일대일 핫라인 구축 등 우선지원 대책을 발표했지만 막상 TV를 통해 정부 발표를 지켜본 기업인들은 ‘속빈 강정’이라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상총회가 끝난 후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에스엔지 대표)은 정부 지원책은 기업들이 바라는 대책과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범정부 차원에서 입주기업들을 지원해달라고 표현했지만 실제적으론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게 정부가 합당한 책임을 져 달라는 것”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인데 정부에서 내놓은 대책은 대단히 부족하고 미흡하다는 게 회원사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상총회에 참여한 다른 기업인들도 한 목소리로 정부 지원정책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경주 석촌도자기 대표는 “정부에서 말하는 대출만기 연장이나 세금유예 등은 모두 3년전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 때에도 나왔던 형식적 대책”이라며 “우리 기업들로선 당장 사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금전적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협력사인 에스엔에너지 김수방 대표도 “정책자금 대출이나 대체부지 제공 같은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뿐더러 기업들에게 실질적 효과도 없다”고 말했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날 국회를 찾아 개성공단 중단 관련 보상과 피해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전 정의당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새누리당을 차례로 돌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정 회장은 여야 대표를 만나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피해 보상과 국회에 피해조사위원회를 구성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위원회에 새누리당도 포함되면 좋겠지만 안된다면 야 3당이라도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목희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야 3당만이라도 조속히 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피해보상과 관련해 특별법 제정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기업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국회가 나서서 법적으로 뒷받침하도록 하겠다”고 관계자들을 위로했다. 안
정부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대출이나 보증에 대해 상환을 유예하고 만기를 연장해주며, 국세와 지방세의 납기도 연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정순우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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