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덕후(특정한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 들이 모였습니다. 좋아하는 분야에서 우물을 파기로 했죠.”
안세준 카페인모터큐브(카페인) 대표(37)와 김형진 부대표(39)는 모두 자동차 광이다. 안 대표가 자동차 외관, 엔진 등에 관심이 있다면 김 부대표는 운전자의 편의나 자동차 소프트웨어 분야에 집착했다. 다음에서 개발자로 처음 만나 일하면서 두 사람은 “언젠가 벤처를 한다면 같이 시작해보자”고 약속했다. 두 사람을 엮은 것은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었다.
이들이 함께 창업한 카페인은 한마디로 ‘자동차 건강검진센터’다. 자동차 보유자는 많지만 지식까지 풍부한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정비하러 갔다가 수십~수백만원의 청구서를 받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불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시장에서 차주는 철저하게 약자였다. 카센터와 차주 사이에 존재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카페인은 이 점을 공략했다. 안 대표는 “우리가 ‘차를 잘 아는 형’, ‘든든한 남자친구’ 역할을 한다면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며 “우리에게 차를 맡기면 거품 가격 없이 정확한 검사를 통해 차의 문제점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쉽게말해 자동차를 정밀검진해 수리가 필요한 부분을 적시해주는 ‘자동차 건강진단서’를 발급해주는 서비스이다.
이를 위해 이들은 정비경력 20년이 넘는 김영태 기술이사까지 영입해 창업을 했다. 2013년 8월 설립한 회사는 2015년 매출 5억원을 올리며 성장해 나갔다. 지난해 말에는 중고차 시장까지 진출했다. 중고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보고서를 내준다면 소비자와 딜러가 모두 신뢰 속에 거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 부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48억원”이라며 “5만여대의 차량이 우리 서비스를 경험했고 시장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인과 협약을 맺고 차량 정비를 하는 업체는 서울 수도권 지역에 75개나 된다. 직원수도 20명을 넘어섰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벤처 운영을 꿈꿨던 김 부대표가 먼저 회사를 그만 두고 창업에 나섰지만 첫 시도는 실패였다. 두 번째로 차린 회사는 인수합병됐다.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과거부터 자동차 벤처를 꼭 해보고 싶었던 그는 안 대표에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개발자로 활약하던 안 대표는 구글에서 영입 제의를 받았을 정도로 뛰어난 실력자였다. 김 부대표의 설득에 안 대표는 회사를 접고 함께 자동차에 미쳐보기로 했다.
창업 초기는 쉽지 않았다. 음식을 먹더라도 맛있는 것에 손이 가듯 아이템을 잘 만들어 놓으면 투자자들이 찾아올 것이라 생각했다. 투자를 받은 돈으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만들어 놓고 투자를 받기로 했다.
철저한 준비를 했다고 자신했지만 투자금을 모으는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10년간 사회생활을 하며 모았던 돈이 조금씩 사라졌다. 적금을 깼고, 보험을 취소했으며 살던 집까지 줄여야 했다. 안 대표는 “창업후 6개월이 지나서야 반응이 조금씩 나왔고, 13개월만에 투자를 받으며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철저한 준비’를 요구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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