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중단 조치로 입주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에 대한 공식 조사자료가 처음 공개됐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총회를 열고 입주기업들의 피해액이 총 815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비대위가 124개 입주기업 중 설문에 응답한 120개사의 답변을 종합한 것이다. 세부적으로는 건물, 설비 등 고정자산 피해액이 5688억원(시가 기준)이었으며 제품, 반제품, 원재료 등 재고자산 피해액은 2464억원이었다. 정기섭 비대위 대표위원장은 “이번 조사는 정부와 피해보상을 협의하기 위해 급하게 조사한 것으로 비제조업 영업기업 96개와 입주를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제외된 것”이라며 “납품지연에 따른 고객사 배상요구와 영업권 상실에 따른 손실 등 추후 있을 피해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금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비대위가 밝힌 피해금액과 정부에서 지급받는 보상금은 차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회 연설에서 “남북경협기금의 보험을 활용해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협보험의 보장범위가 고정자산에 한정된데다 설비자산은 상당 부분 감가상각이 진행되면서 장부가치가 많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비대위 측은 전체 고정자산 피해금액 중 경협보험 지급요건이 성립되는 금액은 2630억원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체 피해액 대비 47%에 불과하다. 옥성석 비대위 부회장은 “입주기업들은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기계설비 감가상각을 10년간 매년 10%씩 실시했기 때문에 초기에 입주한 기업들은 현재 가동중임에도 설비의 장부가액이 0원인 경우도 많다”며 “시가가 아닌 잔존가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산정하다 보니 생기는 맹점”이라고 설명했다.
정기섭 위원장은 “정부에서 몇페이지에 달하는 피해기업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으로 기업에 도움되는 것은 없고 현재 있는 지원사업을 긁어모은 수준에 불과하다”지적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법률고문을 맡고 있는 이수현 변호사(법무법인 세종)는 “입주기업들이 정부로부터 손실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근거가 될 특별법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며 “비대위에서 특별법의 초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개성공단 중단 직후 여당과 야당을 돌아다니며 특별법 제정을 호소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는 입주사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입주기업의 공장장으로 근무했던 홍재왕 씨는 “일부 입주기업 사장들이 개성공단 주재원이나 관련 업무를 보던 직원들에게 사표를 내도록 종용하고 있다”며 “기업들의 피해보상 논의에 일자리 잃은 근로자들에 대한 대책도 꼭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협상 초기부터 정부에 근로자들의 생계 및 고용
비대위는 내달 2일 거래업체 및 협력업체까지 참석하는 대규모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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