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진 가계 빚 총액이 1년새 121조7000억원이나 급증해 작년 말 현재 1200조원을 넘어섰다.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을 안 받는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난데다, 승용차에 대한 개별소비세율이 한시적으로 낮아져 빚을 내서 차를 구입한 국민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24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2015년 4분기 중 가계신용 잔액(잠정치)’에 따르면 가계 빚 총액은 1206조9798억원이었다. 가계 빚이 1200조원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2년 4분기 이후 최고치이다.
가계 빚 총액은 2011년 916조원이었지만 2013년 1000조원을 넘어선 1019조원을 기록했고 이후 2014년에는 1085조원까지 불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11.2%인 121조7000억원이 늘었다. 증가액 규모도 사상 최고치라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종전 증가액 최고치는 2011년 73조원이었다.
이처럼 작년 한 해 가계 빚이 급증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늘어서다. 이상용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집단대출 수요 증가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작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60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410조6000억원으로 400조원을 넘어선뒤 4년 뒤인 2014년 535조2000억원으로 500조원을 넘어섰고 1년새 6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1년 새 73조6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집단대출이란 신규분양과 재건축 아파트, 재개발 아파트 입주 예정자를 상대으로 한 일괄 대출로 주로 중도금 지급용으로 쓰인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개별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을 따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가계 빚 증가의 주된 원인이 규제에서 ‘열외’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작년 12월 금융위원회는 집단대출은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 자금 지원 방법이고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규제가 어렵다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은 집단대출로 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향후 2년간 월평균 3~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바 있고 KDI도 최근 집단대출에 DTI규제를 적용해야한다고 밝혔다. 또 올 2월부터 주택담보 대출시 소득심사 강화를 골자로 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시행됐는데 이에 앞서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몰린 것도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마이너스통장과 대출상품을 연계한 금융 상품을 잇따라 내놓은 점도 가계 빚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상대적으로 생계가 힘들고 급전이 필요한 국민들이 빚을 늘린 것이다. 이로 인해 작년 한해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기타대출은 18조원 늘어 14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할부금융회사를 통해 빌린 가계 빚이 1년새 3조원 늘어나 15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승용차에 붙는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3.5%로 1.5%포인트 내리는 조치를 취하면서 빚을 내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내총생산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주요국가들과 비교해볼 때 평균 수준이지만 기업소득을 뺀 가계의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은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올해 빚낼 여력이 줄어들어 부채 증가율이 둔화되면 소비는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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