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중형차 SM6가 사전계약 한 달 만에 ‘꿈의 1만대 계약’을 이뤄냈다. 베스트셀링카로서의 잠재력이 확인되면서 르노삼성 ‘내수 중흥’의 꿈도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달 1일부터 시작한 SM6 사전계약이 27일까지 9500여대에 이르렀다고 28일 밝혔다. 하루 평균 600여명이 사전계약을 하는 속도로 봤을 때 늦어도 29일에는 1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전계약 1만대를 넘어선 차종은 그랜저, 싼타페, K7 등으로 1만대는 베스트셀링카를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SM6는 르노삼성이 2011년 SM7 출시 이후 5년만에 내놓는 신차다. 그간 신차 흐름이 끊겨 르노삼성은 급기야 지난해 ‘내수 꼴찌’로 전락했다. 완성차업체 5곳 가운데 가장 적은 8만대를 팔았다. 르노삼성은 올해 SM6를 앞세워 내수시장 3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 달 SM6를 공개하며 내수시장에서 연간 5만대 판매를 청사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해 내수시장 판매량(8만17대)의 62%, 올해 전체 내수시장 판매량 목표(10만대)의 50%에 해당한다. 지난 해 SM5와 SM7의 내수 판매량 합계는 3만2351대로 르노삼성 전체 내수 판매의 40%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해 티볼리 효과로 기사회생한 쌍용차 사례가 올해 르노삼성에 적용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지난 해 1월 출시된 티볼리는 내수 시장에서 4만5021대가 팔리며 쌍용차 전체 내수 판매(9만9664대)의 45%를 차지했다. 쌍용차 지난 해 내수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44.4% 늘어 업계 최대 성장률을 기록했다.
르노삼성 입장에서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SM6 돌풍이 다른 제품으로 확산돼 동반상승 효과가 일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SM6 출시 이후 간섭효과로 SM5, SM7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달 두 모델의 판매 실적 합계는 890대로 전월(4687대)대비 81%나 떨어졌다.
이는 SM6가 SM5와 SM7에 미치는 자기잠식효과가 상당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SM6는 같은 중형급인 SM5보다 불과 85만~211만원 밖에 비싸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비슷한 가격에 한 단계 떨어지는 SM5를 살 만한 동기가 떨어지는 것이다.
SM7에는 반대의 논리로 자기잠식효과가 발생한다. SM6가 준대형을 표방하며 나와 전폭과 축거 등 많은 사양이 SM7과 동일하면서도 가격은 저렴하다.
실제 박동훈 르노삼성 부사장도 “연간 10만대를 팔아야 르노가 산다”며 “SM6 5만대는 자신있지만 나머지 5만대가 문제”라고 고민을 누차 토로한바 있다.
이는 어느정도 예상된 일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SM6가 아니더라도 모델이 노후화된 SM5와 SM7 판매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SM6를 더 많이 팔아 돌파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장차 SM5 신형을 출시하지 않음으로써 SM6로 시장을 단일화할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M5 완전변경 모델이 나오는 하반기에는 ‘원투펀치’ 편제가 갖춰지면서 SM6 어깨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SM6, 하반기 QM5가 올해 르노삼성 내수 실적의 키워드라고 보면 된다. 어쨌든 당장은 SM6 판매량을 극대화하는 것이 과제다.
르노삼성은 SM6 마케팅에 전사적 역량을
한편 SM6는 3월1일 전국 대리점을 통해 공식 출시된다. 고객 인도는 내달 2일부터 차례로 진행된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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