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9일 바둑 대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 것은 이번 대국이 인공지능(AI)의 발전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변수가 있는 바둑에서 마저 인공지능이 인간을 압도한다면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로봇이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시대가 올것이라는 우려가 커질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 자회사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가 지난 1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중국의 판후이 2단과의 대국에서 5대 0으로 승리했을 때 세계 과학계는 기존에 예측한 인공지능 발전 속도를 10년쯤 앞당긴 것이라며 열띤 반응을 보였다.
바둑은 우주에 있는 원자의 수보다 많은 경우의 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컴퓨터 두뇌로도 정복될 수 없는 ‘최후의 보루’쯤으로 여겨졌는데 이 마저도 인공지능이 승리하면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발달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세계 챔피언마저 꺾는다면 인공지능이 인간의 주인이 되는 날도 닥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커질 수 밖에 없다.
인공지능 전문가인 장 가브리엘 가나시아 교수는 AFP통신에 “알파고가 이긴다면 매우 상징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며 “아직 바둑은 컴퓨터에는 풀기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공지능의 위협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았다.
영국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지난해 5월 영상 메시지에서 “향후 100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이 금융시장에서 인간을 뛰어넘고, 인간 지도자들을 조작해 결국 인간은 알지도 못하는 무기를 이용해 우리는 정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호킹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은 지난해 7월 인공지능 무기 발전이 화학, 핵무기에 이은 ‘제3의 전쟁 혁명’이라며 인공지능 기술의 군사목적 사용 금지를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진짜’ 지능을 앞서지는 못할 것
가나시아 교수는 “상식이나 유머 등은 복제할 수 없는 능력”이라며 “미래에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우리 인지능력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자동화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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