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대한항공 부기장 게시글에 “과시가 심하다” 댓글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글 일부[자료 : 매경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부기장의 페이스북 게시글에 “과시가 심하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았다.
1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전일 김모 대한항공 부기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객기 조종사들이 비행 전에 뭘 볼까요”라며 비행 전 수행 절차를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한 달에 100시간도 일하지 않으면서 억대 연봉을 받으면 불평등하다’는 말에 대한 항의조의 글이었다. 그는 비행 전 조종사가 수행하는 절차를 조목조목 짚었다.
이 글에 조 회장은 직접 댓글을 달고 “전문용어를 잔뜩 나열했지만 99%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운항관리사가 다 브리핑해주고 운행중 기상 변화가 있어도 KAL은 오퍼레이션 센터에서 다 분석해주고 조종사는 GO, NO GO(가냐, 안 가냐)만 결정하는데 힘들다는 건가.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오토 플롯으로 가는데”라고 맞섰다.
이어 “아주 비상시에만 조종사가 필요하다. 과시가 심하다. 개가 웃어요”라면서 “마치 대서양을 최초로 무착륙 횡단한 린드버그같은 소리를 한다. 열심히 비행기를 타는 다수의 조종사를 욕되게 하지 말라”고 꼬집었다.
조 회장은 또 “알파고도 실수를 한다. 그래서 조종사가 필요하다”라는 댓글도 추가로 남겼다.
초반에는 조 회장이 직접 남긴 글이 맞냐는 의혹이 있었지만 이 글들은 조 회장이 직접 쓴 것으로 확인됐다. 조 회장은 지난해 8월 당시 부기장이던 최모씨가 퇴사하면서 사내 게시판에 ‘조양호 회장님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을 보고 “합리적 원칙과 기준을 갖고 반영하겠다”는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댓글에 대해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허위사실로 다수의 조종사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고소·고발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은 운항관리사가 브리핑을 해준 적이 없는데다 조종사에 대한 오너의 시각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한항공과 조종사 노조는 2015년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행위 중인 만큼 사측과 조종사 노조간 갈등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