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쿠팡 등 온라인쇼핑의 확대로 택배 물량이 크게 늘었지만 영업용 화물차에 대한 증차가 제한돼 화물차 번호판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규제 탓에 수요·공급이 어긋나면서 화물차 번호판값이 최근 3년새 2배 이상 오른 것이다.
14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택배 차량 크기인 0.5~1t 화물차의 번호판 가격은 올 3월 기준 2500만원 선으로 치솟았다.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택시와 마찬가지로 거래가 가능한데, 지난 2013년 3월에는 동일한 크기 화물차 번호판 가격이 1200만원 수준이었다. 화물차 번호판 가격은 온라인쇼핑이 일반화된 이후 큰 폭의 상승세를 이어왔다. 2014년 3월 1800만원대로 오른 화물차번호판은 2015년 들어 정체상태를 보였지만, 연말께엔 2000만원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화물차 번호판 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은 규제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화물운송은 당초 화물운송 자격증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한 사업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등록제는 허가제로 바뀌었다. 화물차량이 지나치게 많아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제도는 결과적으로 화물차량의 신규공급을 막았다. 반면 온라인쇼핑이 크게 확대되면서 택배시장 물동량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0년 12억 상자에 그쳤던 물동량은 2015년에는 18억2000만 상자를 돌파했고, 올해 20억 상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해 정부는 지난 2013년과 2014년 모두 2만3200대의 택배차량의 증차를 허가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추가적인 증차를 불허했고, 올해는 3400여대를 증차하는 데에 그쳤다. 이 정도로는 현재 시장수요에 턱없이 못미친다는 게 택배업계의 지적이다.
이러다보니 화물차 번호판을 달지 않은 ‘법외’ 택배차량도 적지 않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영업용 화물차 차량수는 43만대로 이 가운데 택배 차량은 10%인 4만2000대 정도다. 업계에서는 택배용 차량의 20%에 해당하는 8000대가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달고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지금 택배시장의 수요를 맞추려면 현재 택배차량이 9000대 정도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차 제한은 소셜커머스 업체 쿠팡의 무료배송으로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은 배송차량에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쓰지 않고 있다. 무료배송이고 고객서비스의 일환이기에 택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택배업계에서는 쿠팡의 무료배송을 두고 ‘유사 배송행위’라며 맹비난하고 있다.
택배회사들은 쿠팡의 무료배송에 대해 법원에 행위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지난달 법원은 이같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재판부는 “만약 쿠팡이 구매자한테 운송의 대가를 지급받으면 무상운송에 해당하지 않을 측면도 있다. 이는
택배업계 관계자는 “만약 쿠팡이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써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지면 쿠팡의 영업비용이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반대의 경우 화물운송 허가제 자체에 대한 논란이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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