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첫날 32만명 가입, 마케팅은 '도' 넘었다 비판
↑ ISA 첫날 32만 명 가입/사진=연합뉴스 |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첫날인 14일 32만여 명이 1천100억 원가량을 맡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ISA 유형별로는 신탁형이 대부분이었고 가입액의 70% 이상은 은행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출시와 함께 금융권이 과당 경쟁 논란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과도한 마케팅은 물론, 직원들이 사비까지 들여가며 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도'를 넘었다는 지적까지 나옵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원들은 기존 고객들에게 전화나 문자 등으로 상품을 소개하며 ISA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경품이벤트 등의 내용을 고객에게 이메일로 안내하는 것도 비일비재합니다.
회사원 A씨는 "상품 소개는 물론, 자동차 경품 할인 등 다양한 메일과 문자를 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일부 은행에서는 ISA 계좌 유치를 직원들에게 할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시중의 B은행은 본부 직원의 경우 1인당 10계좌, 지점직원은 1인당 50계좌 이상을 할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요즘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ISA 유치에 대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 올리기 '벼랑'에 내몰린 은행원들은 자비를 들여 ISA 영업에 나서기도 합니다.
일부 은행원은 ISA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1만원을 넣어준다는 광고성 글까지 회원용 카페에 올리고 있습니다.
개설할 때 원천징수 영수증, 주민등록증 앞면 사면도 함께 가지고 와야 한다는 내용도 친절하게 덧붙였습니다.
가입할 때 추천인의 사번이 있어야 한다며 사번을 적어주는 은행원들도 있습니다.
회사원 C씨는 "은행에 다니는 친구와 점심을 먹다가 ISA에 가입하려면 추천인의 사번이 있어야 한다며 사번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은행원들이 이처럼 절박하게 'ISA 판매'에 나서는 건 승진과 연관있는 내부 성과평가기준(KPI)에 ISA 판매 실적이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판매실적이 KPI에 반영되다 보니 자비까지 들여 상품을 판매하는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ISA 판매와 KPI를 연동하지 못하도록 금융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금융 회사의 내부 정책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안창국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ISA 판매를 KPI에 연동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융회사의 내부 인사 정책으로 당국이 이래라저래라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며 "당국이 관여할 수 있는 것은 불완전 판매를 막는 것으로 과다한 경품 제공 같은 이슈"라고 답변했습니다.
시중은행들은 행원들을 압박할 뿐 아니라 고가의 경품을 제공하며 고객들을 'ISA 세계'로 유인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현상경품 한도액인 2천만원짜리 여행권, 자동차, 골드바 등 호화로운 경품을 내걸었다.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NH농협ㆍKEB하나 등 5대 대형은행에서만 16억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이런 노력 덕택에 ISA 출시 전 상담 예약 인원만 100만명 이상을 끌어모았습니다.
신한은행은 ISA 출시 전 사전상담예약 인원으로 약 56만명을, KB국민은행은 약 45만명을 각각 유치했습니다.
직원들을 동원하며 대대적인 ISA 판촉에 나선 은행들은 첫날 가입 실적의 96.7%인 31만2천463명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증권사의 가입 실적은 약 3.2%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계좌당 평균 가입액은 은행이 26만원, 증권이 286만원으로 증권이 10배 이상 많습니다.
이는 은행들이 계좌 할당과 같은 전사적인 마케팅으로 사전에 다수의 예약 고객을 받는 등 계좌 확보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ISA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증권사들도 마찬가지지만 강도에 있어서는 은행권보다 상대적으로 덜한 분위기입니다.
여의도의 한 대형 증권사는 본사는 1인당 10계좌, 지점은 1인당 30∼40계좌의 ISA 유치를 할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 은행 못지않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유치 할당량을 부여한 증권사는 ISA를 출시한 19개 증권사 가운데 3∼4개에 그쳤습니다.
나머지 2∼3개 증권사들의 할당량도 인당 10개 이하의 수준이며 할당량을 못 채웠다고 불이익을 주는 증권사는 없었습니다. 다만 일부 증권사는 우수 직원이나 지점에 포상을 한다는 계획입니다.
물론 아무리 권고 성격이라도 직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본
다른 한편으로 증권사들은 연 3.5∼7%대의 파격적인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특전 등을 미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