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말 면세 제도 개정안을 발표하고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88만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전일 오후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 공청회’에 앞서 발표자료로 쓰일 연구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은 지난해 직전년도 대비 외국인 관광객이 88만명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서울만이 유일하게 외국인 관광객이 30만명 이상 증가했다는 추정이다.
이에 대해 공청회 현장에서 질문 기회를 얻은 권희석 SM면세점 대표이사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권 대표는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총 입국 관광객수는1323만명으로 전년 대비 6.8% 줄었고 서울·경인 지역 외국인 입국자 수도 995만명에 그쳐 7.5% 감소했다”면서 “지난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으로 면세업계가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전국에서 서울만 88만명이 증가했을 것이란 추정치는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6~8월 외국인 관광객이 40% 넘게 급감하면서 한국관광공사는 12년만에 외국인 관광객 수가 줄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KIEP는 중국인 관광객의 특성을 고려한 추정치라는 입장이다. 최낙균 KIEP 선임연구위원은 답변에서 “문화관광연구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를 방문한 외국인 수는 지난 2014년에 전년 대비 157만명 늘었다”면서 “메르스 사태 등을 고려했을 때 지난해에는 88만명 가량만 증가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여행 지역으로 제주도를 선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에는 서울로 향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2013년과 2014년 80% 수준이던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방문 비중을 93%로 끌어올려 추정했다는 설명이다.
면세업계가 이토록 ‘88만명’이라는 숫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현행 관세청 고시 때문이다.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광역시·도 외국인 방문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 1개의 시내면세점을 추가할 수 있다. 따라서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이 88만명 증가했다면 적어도 2개의 서울 시내면세 신규 특허가 가능하다.
아직 지난해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가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이달 말 발표될 개정안에 서울 시내면세점을 추가하는 내용이 실린다면 이 추정치를 바탕으로 할 공산이 크다. 만약 KIEP가 임의로 정한 93%가 아닌 2014년 서울지역 방문비율(80.4%)을 기준으로 대입할 경우 지난해 서울 지역을 방문한 관광객 숫자는 1064만명으로 직전년도 대비 약 78만명 줄어든다.
롯데와 SK가 각각 운영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워커힐면세점의 영업종료를 앞두고 하반기로 예정됐던 면세 제도 개선안이 이달 말로 앞당겨지면서 일각에서는 두 개의 기존 면세점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기존 면세 사업자가 영업을 이어간다면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 특허를 받아 최근 영업을 시작한 신규 면세사업자로서는 브랜드 유치나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반면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 특허권 경쟁에서는 진입장벽을 낮춰야 한다
한편 정부는 전일 열린 공청회를 참고해 특허기간 연장과 수수료율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개선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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