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5시반에 일과를 시작하는 유우종 씨(51)의 사무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조상 땅을 찾으려는 이들, ‘짝퉁제품’으로 피해를 본 이들, 때로는 오리무중에 빠진 도난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는 기업인도 온다. 유 씨의 직업은 ‘민간조사원’. 법률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의뢰인의 요청에 따라 각종 사실을 조사하고 분쟁을 해결한다. 흔히 ‘사립 탐정’으로 부르지만 아직 한국은 민간조사법이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해 ‘생소한’ 직업으로 통한다. 호주 정부에서 발행하는 민간조사원(PI·Private Investigator) 국가자격증 가운데 최고 등급인 4급을 취득한 유 씨는 “개인 뿐 아니라 국가기관과 함께 하는 일도 많다”며 “공익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직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귀뜸했다.
#2. 각종 포털과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개인정보가 범람하면서 디지털 정보를 삭제하기를 원하는 개인이나 기업 수요도 늘고 있다. 인터넷 상에 게시된 댓글과 악성 비방부터, 특정 기업에 대한 험담까지 디지털 ‘주홍글씨’를 찾아 삭제해주는 신종 직업이 바로 ‘디지털 세탁인’이다. 당초 사망한 고인의 개인정보를 삭제해주는 일에서 출발한 이 직업은 쓰임새가 넓어지며 지금은 개인과 기업을 망라해 디지털 시대의 피해자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 국내에 사업모델을 처음 소개한 김호진 산타크루즈 컴퍼니 대표는 “디지털 데이터의 10% 가량은 개인이나 기업이 더 이상 게재를 원하지 않는 찌꺼끼”들이라며 “이같은 불필요한 개인 정보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세탁인의 잠재성은 매우 높다”고 소개했다.
21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고용정보원과 함께 ‘미래를 함께할 새로운 직업 50선’을 선정한 결과 민간조사원과 같은 사업서비스업((Business Services) 분야에서 가장 많은 15개 직업이 거론됐다. ‘사업 서비스업’이란 기존 제조업을 뒷받침하는 동시에 서비스업으로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 영역으로 과거에는 법무·회계 등 특정 분야에 한정됐지만 최근 들어 신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데이터를 시각 정보로 바꾸는 인포그래픽 기획자, 상품 판매를 늘리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접목하는 상품스토리텔러 등이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사업 서비스업 분야 미래 직업으로 선정됐다.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금융·레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령친화 사업체나 고령인구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친고령 전문가도 늘어날 전망이다.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무인항공기 조종사를 비롯해 7개 직업이 미래 유망 직종으로 선정됐다. 드론 개발업체에서 무인기 조종을 맡고 있는 윤영기씨(43)는 “무인기 조종은 단순 레저가 아니라 또다른 의미의 조종사”라며 “한국은 대도시와 산악이 많아 드론 조종환경이 나쁜 만큼 오히려 뛰어난 드론 조종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보다 냄새를 더 잘 맡는 전자코를 개발해 가스감지나 질병탐지에 쓰는 ‘전자코’ 개발자, 다양한 뇌연구를 통해 치매 등 뇌질환 치료기술을 연구하는 뇌기능 분석가’등도 첨단 분야 유망 직업에 포함됐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림치유지도사나 스포츠심리상담사와 같은 생소한 직업도 유망 직종으로 부각되고 있다. 가정 내의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유해 환경물질을 제거하는 ‘가정 에코 컨설턴트’도 가까운 장래에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원격진료기구를 작동하고 의료정보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원격진료 코디네이터와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의료정보분석사 등이 스마트 의료 분야에서 이름을 올렸다. 농산물의 생산·가공·유통을 융합한 6차 산업 컨설턴트도 유망 미래 직업으로 꼽혔다. 디지털 세탁인과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인터넷과 미디어 분야를 이끌 새로운 직업군으로 선정됐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이버 범죄 증거를 확보하는 사이버 포렌식 전문가나 범죄예방을 위해 건축물을 비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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