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제4차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자 가운데 주빈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외면받는 2명의 정상들이 눈에 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그 주인공으로, 이들은 최근까지 오바마 대통령과 돈독한 친분관계를 과시했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방미기간에 오바마 대통령 대신 조 바이든 부통령과 개별 회담만 예정돼있다. 이번 전체회의에서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의 핵무기 악용 가능성이 집중 논의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IS와 국경을 맞댄 채 전투를 수행중인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놓고 푸대접을 받는 셈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롯한 다수 정상들과는 줄줄이 개별 회담을 벌인다.
이같은 냉대는 터키 남부 쿠르드족 분리주의자들을 대하는 미국과 터키간 온도차이로 인해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결과다. 미국은 IS 격퇴를 위해 쿠르드 반군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터키군은 IS 퇴치라는 명분하에 시리아 국경을 넘어 쿠르드 반군을 공격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총리 시절이던 3년 전만해도 쿠르드족과의 평화담화를 발표하고, 미국과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친미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에르도안 당시 총리와의 친분을 직접 언급하고, 그의 일가족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저녁식사까지 함께하며 환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터키 정부가 2013년 12월 이스탄불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를 과잉진압하고, 에르도안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부패혐의가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다.
2014년 오바마 대통령과 골프를 치고 셀카까지 함께 찍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나집 총리도 이번 미국 방문이 부담스럽다. 1MDB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후 미국과의 관계가 멀어진 탓이다. 나집 총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미국이 주도한 IS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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