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되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일단 되고 나서는 유지하려는 마음이 크다. 그래서인지 최상위 등급에서 고객 이탈은 많지 않다.”
“자신이 어떤 등급에 속하는지 묻는 전화가 많다. 뭔가 대접받는 듯한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아서 일 것이다.”
백화점 ‘VIP’ 고객에 관한 얘기다. 내부 직원들조차 누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며, 일부 직원들에 한해서만 특별 관리를 받고 있는 VIP고객들. 이들은 경기 불황에 아랑곳않고 씀씀이를 늘려가고 있다. 실제 VIP의 수가 최근 늘어 오히려 일부 백화점에서는 선정 기준을 상향조정해야 할 정도다. 상품 구입액이 한 해 백화점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는 상위 1% VIP 고객들. 이들은 도대체 누구일까.
4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VIP 고객 중 최하위 등급인 ‘로얄’의 선정기준을 기존 연간 구매금액 800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높였다. VIP에게 주는 혜택이 막대한 만큼 선정을 보다 엄격히 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신세계백화점 측은 “사실 로얄등급은 가구나 가전제품 등 혼수장만을 백화점에서 하거나 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VIP고객이 되는 경향이 있다”며 “비단 신세계 뿐 아니라 업계에서 제일 낮은 등급의 VIP고객들은 이탈이 잦은 편인데 이런 고객들의 이탈을 막아 혜택을 더 주기 위해 기준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세계백화점에서 로얄 등급 바로 위인 ‘아너스’는 연간 구매금액이 2000만원 이상이다. 그 다음 단계는 연간 구매금액 기준으로 4000만원 이상인 ‘퍼스트’, 6000만원 이상인 ‘퍼스트프라임’으로, 수천만원이 기준이다. 이들 구매 상품에 골드바나 신세계 갤러리 미술품 구매 금액 등은 제외된다.
신세계백화점 VIP고객의 정점에는 ‘트리니티’란 등급이 있는데, 이는 매년 고객 가운데 최상위 999명을 상대적 평가에 따라 결정한다.
선정 기준은 물론 영업 비밀이다. 하지만 트리니티 등급 고객들이 받는 상시 10% 할인의 한도가 1·2·3억원 이상 구매시 4000만원·1억·2억원이라는 설명을 보면 대략 기본 씀씀이가 억대에 달함을 알 수 있다.
또 현대백화점에서도 VIP 등급을 5단계로 나눠 매기고 있다. 연간 구매금액을 기반으로 한 포인트 적립액이 분류 기준이다.
VIP하위 등급부터 살펴보면 골드의 경우 5000점 이상의 포인트를 적립해야 한다. 플래티넘은 연간 2만점, 클럽 쟈스민은 연간 4만점 이상의 포인트를 쌓아야한다.
현대백화점 카드로 1000원 구매시 1점이 적립되는 식이기 때문에 연간 구매금액으로 따져보면 골드는약 500만원, 플래티넘은 2000만원, 클럽 쟈스민은 4000만원인 셈이다.
현대백화점 측은 “일부 가전이나 명품, 식품 등은 포인트가 50%가량만 쌓이기 때문에 실제 구매금액은 500만원, 2000만원, 4000만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의 최상위 고객인 쟈스민 블랙과 쟈스민 블루는 자체 기준에 따라 선정된다. 지금까지 이들의 선정 기준을 단 한번도 공개한 적이 없다는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관계자(직영사원, 퇴직자) 및 백화점 근무자(협력사원, 도급사원, 임대업주 등)는 VIP 선정에서 제외된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타사와 달리 백화점과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따로 나눠 VIP를 선정하고 있다.
연간 구매금액을 기준으로 분류하는 가운데 에비뉴엘은 본점과 기타점을 나눠 VIP를 매긴다. 본점 기준이 다소 높은데 이는 최근 중국 관광객들 중 한번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쇼핑을 하는 ‘큰 손’들이 많은 특성을 반영해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점을 기준으로 LVVIP는 1억원이상, VVIP는 6000만원, VIP는 3000만원 이상이다. 기타점은 VVIP가 5000만원, VIP는 2500만원 이상이다.
롯데백화점의 VIP라고 할 수 있는 MVG고객은 프레스티지, 크라운, 에이스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선정 기준은 백화점에서 구매한 금액이 각각 연간 6000만원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VIP고객들은 철저히 신분 공개를 꺼려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도 그 점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현재 상위 1% VIP 고객들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25%를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비중은 더 늘어날 것이며, 그에 따라 선정 기준도 상향조정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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