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편의점을 중심으로 1000원대보다 더 낮은 500원대 커피까지 나오면서 기존 3000~4000원대 고가 커피(아메리카노)를 파는 전문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가뜩이나 중·저가 커피전문점 공세로 위기에 몰린 고가 커피전문점은 구조조정, 브랜드 변경 등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국내 원두커피 가격 저하 추세는 올들어 편의점의 적극적인 공세로 한층 가열되고 있다. 대체로 1000원이 저가 커피 가격 마지노선이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무너지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편의점 위드미는 지난달 말 브라질 고급 원두 세라도를 사용한 500원짜리 드립커피 ‘테이크원’을 출시했다. 지난 2월부터 20여 개 매장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전국 100여 개 점포로 판매점을 늘렸다.
편의점 커피 성장세는 실로 두드러진다. 올해 1분기(1~3월) 편의점 원두커피 매출은 최대 4배가량 껑충 뛰었다. 세븐일레븐의 PB(자체 브랜드) 드립커피인 ‘세븐카페’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96배 늘었다. 버튼 한 번만 누르면 40초만에 원두커피를 뽑아내는 세븐카페는 레귤러 1000원, 라지 1500원으로 판매되고 있다. 편의점 내 숍인숍 형태로 자리잡은 세븐카페는 지난해 1월 처음 등장해 1년만에 1000호점을 돌파했으며 올해는 3000곳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CU와 GS25도 1000원대 원두커피가 인기를 끌자 지난해 12월 PB를 전격 출시했다. CU는 1200원짜리 ‘카페 겟’ 원두커피를 내놨고 GS25는 ‘카페25’를 개발했다. 특히 카페25는 1000만원대 스위스산 커피머신을 통해 1000원짜리 원두커피 PB를 판매한다. CU에서 올 1분기 카페 겟을 포함한 원두커피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고 GS25에서는 2.92배가량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반면 고가 커피를 주로 파는 전문점은 비록 매출이 증가하고 있긴 하지만 성장세가 더디다.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업계 추산)은 2014년 2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5000억원으로 성장했지만 올해는 4조원 정도에서 머무를 전망이다. 커피 소비량 증가세는 주춤한 반면 매장 수는 이를 크게 웃돌 만큼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아예 고급 커피로 무장해 확실한 시장지배력을 갖는 일부 커피전문점과 저가형 커피를 전문으로 파는 매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어중간한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때 국내 커피전문점 1위에 올랐던 카페베네 매장 수는 2014년 912개에서 지난해 850개로 줄어들었고 자금난마저 심화돼 최근 신규 대표이사를 영입하고 브랜드 로고도 전격 교체했다. ‘전지현 커피’로 유명세를 탄 드롭탑은 지난해 말 20%가량 인력을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주커피는 직영점 7개를
결국 업계는 초저가로 무장한 편의점 커피 공세에 대비해 커피전문점이 차별화된 맛과 인테리어로 승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커피 외 다양한 음료군을 중심으로 한 사이드 메뉴 개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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