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는 논에서 벼를 심어야만 농민에게 직불금을 지급했다면 앞으로는 보리, 밀 등 다른 작물을 재배하더라도 직불금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또 쌀 재배 농가가 가입하는 민간 보험을 도입해 쌀값이 떨어지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정부가 쌀 직불금제를 개편하는 것은 2005년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직불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11년만에 처음이다.
5일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농촌경제연구소에 직불금 제도 전반을 검토하는 용역을 발주했으며 오는 9월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농식품부와 기재부는 이를 위해 지난달 부처간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직불금 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범부처간 검토에 착수했다”며 “농촌경제연구소 연구용역을 토대로 여론을 수렴해 구체적인 개편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쌀 직불금 제도 개편의 큰 방향은 장기적으로 재정 부담을 덜고 쌀 생산에 편중된 농업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정부는 논에서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직불금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논에서 벼를 심어야만 쌀 직불금을 지급했지만 이런 규정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다른 작물을 재배해도 직불금을 지급하는 방안이다. 쌀 생산이 줄면 그만큼 쌀값이 오를 확률이 높고 목표가격과 쌀값의 차액만큼 지급하는 변동직불금 총액도 함께 줄일 수 있다. 또 쌀을 제외한 밀, 콩, 옥수수의 자급률이 5% 내외로 매우 낮은 수준인 만큼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면 국가 전체적인 식량 자급률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또한 정부는 농민이 쌀값 하락에 대비할 수 있도록 민간보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민이 다양한 요율로 설계한 민간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쌀값이 폭락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보험이 활성화하면 그만큼 변동직불금에 대한 정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쌀 목표가격을 정부 예산과 연계해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는 농업소득보전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어서 향후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져야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 법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과잉생산된 쌀은 국가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국민들의 식습관이 빠르게 서구화하면서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지난해 62.9㎏로 떨어졌는데, 같은 기간 쌀 생산은 되레 32만 925t이나 늘었다.
특히 최근 들어 풍작이 3년 동안 계속돼 정부 고민이 깊어졌다. 쌀값이 목표가격이 미달하면 차액 85%를 국고로 보조하는 변동직불금 제도 때문이다. 지난해 확정한 쌀 목표가격은 2013~2017년산 기준으로 80㎏당 18만 8000원이며 이는 앞으로 5년 동안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쌀 생산량이 계속 늘면서 쌀값은 떨어지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은 80㎏당 15만 216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나 내려갔다.
결국 쌀 목표가격에서 산지가격을 뺀 값으로 산출하는 변동직불금은 해마다 폭증하고 있다. 올해 쌀 변동직불금 예산만 7193억원이 책정됐다. 정부가 산지 쌀값 하락을 막기위해 농민으로부터 사들인 공공비축양곡 저장량도 적정재고를 훨씬 넘어서면서 올해만 2000억원의 재정이
정부는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든다면 쌀값이 계속 낮아질 수밖에 없어 변동직불금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쌀 직불금 제도를 그대로 두면 향후 정부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간 것이다.
[조시영 기자 / 김규식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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