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올해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자력 1위’ 달성을 벼르고 있다. 지난달 판매에선 마침내 도요타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쏘나타 2만8778대, K5 1만1725대 등 총 4만503대의 중형차를 판매했다.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통하는 도요타 캠리는 3만6991대 판매에 그쳐 현대기아차에 1위 자리를 내줬다.
현대기아차가 중형차 시장에서 월단위로 1위를 차지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당시 쏘나타와 K5 연합군은 잠깐이지만 총 3만1222대를 팔아 캠리(2만8846대)를 제친 바 있다.
지난달 현대기아차 선전은 쏘나타의 폭발적인 판매 증가에 힘입은 것이다. 쏘나타는 전년 동기 대비 56.9%, 전월 대비로는 64.7%나 판매가 늘며 1989년 미국 진출이후 역대 최다판매를 기록했다. 올해 초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시험에서 최고 안전 등급을 획득하는 등 쏘나타에 대한 품질평가가 좋게 나온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업계 최초로 스마트폰 연계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오토’를 탑재하는 등 현지 소비자들의 기호를 적극 반영한 것도 인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미국 중형차 시장은 전통적으로 도요타가 독주해 온 시장이다. 중형차는 어느 나라나 할 것없이 가장 경합이 치열한 시장이다. 여기서 1등을 해야 ‘리딩카’로서의 입지가 굳어진다. 캠리는 브랜드 국적과 무관하게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국민차’ 이미지를 갖고 있다. 수많은 도전이 있었지만 디자인, 연비, 내구성, 가성비 등 종합 평가에서 캠리를 능가하는 차량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연간 판매량에서 현대기아차가 도요타를 꺾은 것은 딱 한번 있었다. 가속페달 결함으로 도요타 리콜 사태가 발생했던 2011년 현대차는 31만551대를 팔아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도요타의 부진에 힘입은 ‘어부지리 1위’였기 때문에 오래 가지는 못했다. 도요타 리콜 사태가 진정된 2012년에는 2위로, 2013년과 2014년에는 혼다에도 밀려 3위로 내려왔다.
올해는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처음으로 ‘자력 1위’에 오를수 있는 호기로 평가된다. 최근 흐름은 이같은 기대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신형 쏘나타 효과에 힘입어 혼다를 제치고 다시 2위에 올라선데 이어 올 들어서도 확실한 2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3월까지 9만1225대의 중형차를 판매해 도요타(9만6244대)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환율면에서도 최근 지속적인 엔고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도요타에 비해 현대차가 수혜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 중형차 시장에서 월평균 4000~5000대 수준이었던 현대기아차와 도요타의 격차는 올해 들어 약 2000대까지 좁혀졌다. 여기에 기아차 K5도 올해부터 신모델이 본격 판매되면서 1월 8413대, 2월 9630대, 3월 1만1725대 등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최근의 판매 호조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상품성은 물론 소유하고 싶은 차로서의 가치까지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중형차 하면 캠리를 떠올렸지만 이제 쏘나타와 K5가 시장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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