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 700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실적을 거둔 두산그룹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공격경영’을 그룹 회장 취임 화두로 내세운 박정원 두산 회장은 부담감을 줄이고 신성장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식회사 두산은 1분기에 2536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기준)을 달성해 지난해 4분기 적자(1조 2855억원 순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고 19일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적자를 기록했던 주요 계열사들이 모두 1분기에 흑자 성적표를 냈다. 그룹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8.9% 감소해 3조 8894억원에 그쳤다. 다이어트로 몸집은 슬림해졌지만 이익은 늘어나는 내실 경영을 한 셈이다.
두산그룹의 이번 흑자 전환은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던 실적이 반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두산그룹 연간 순이익은 ▲2012년 2000억원 ▲2013년 1300억원 ▲2014년 300억원 으로 감소하다가 2015년에는 1조 700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악화일로였다. 실적이 악화되자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사업부문, 방산업체인 두산DST 등 굵직한 사업부를 매각하며 긴축경영을 펼쳐왔다. 증권업계에서는 두산그룹이 올해 연간으로 4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중국 건설경기 악화와 글로벌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해까지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두산엔진 등 주요 계열사가 적자를 면치 못했다. 특히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859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최고조에 달해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시키는 초강수 조치를 뒀다.
실적 회복을 견인한 것도 두산인프라코어였다. 지난해 4분기 1939억원의 적자를 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올해 1분기 1112억원의 흑자를 내며 적자 행진을 마감했다. 지난해 1분기 영업이익(378억원)의 3배 수준이다. 회사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중국 사업 실적은 지난해 1분기 6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73억원의 흑자로 반전됐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굴삭기 선행지표인 가동률이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부터 점진적인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두산건설 영업이익은 지난해 4분기 1962억원 적자에서 올해 1분기 245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두산중공업은 같은 기간 3857억원 적자에서 894억원 흑자로 개선됐다. 두산엔진은 같은 기간 185억원 적자에서 17억원 흑자로 반전됐다.
두산인프라코어 공작기계 사업 매각(1조 1300억원), 두산DST 매각(3843억원) 등은 매각 작업이 4월 중 마무리 될 전망이다. 이들 실적은 2분기에 반영돼 순이익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전반적인 턴어라운드가 이뤄진 것은 사실이나 그룹 2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많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적 개선이 기저 효과에 따른 것인지 체력 회복에 따른 것인지는 2분기 실적을 봐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면세점 사업과 연료전지 사업을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바 있다.
[박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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