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9일 올해 전망치를 3.0%에서 2.8%로 낮추면서 밝힌 설명이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곡선은 크게 떨어진채 반등 조짐이 전혀 없는 ‘브로큰 윙(Broken wing)’과 강한 회복세인 ‘브이(V)자 반등’ 중간 정도를 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민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매일경제신문과 전화에서 “올 1분기가 저점이었다”면서 “앞으로 전기대비 기준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구체적으로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작년 2.6%, 올해 2.8%, 내년 3.0%로 내다 봤다. 특히 성장은 수출 보다 내수가 이끌 것으로 봤다. 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기여도에 대해 내수 2.7%포인트, 수출 0.1%포인트를 제시했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수출 기여도의 경우 대외 수요 회복세 약화로 금년 하반기 이후에도 내수 기여도를 하회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2014년 한국 경제가 3.3% 성장률을 보일 때 수출이 약 1.0%포인트, 내수가 약 2.4%포인트를 차지한 것을 고려할 때 2년 사이 수출 동력이 크게 훼손된 대목이다.
민간소비가 살아날 근거로는 경기인식 개선, 정부 소비대책 등을 근거로 꼽았다. 민간소비 증감률은 작년 2.2%에서 올해 2.3%로 높아지고, 건설투자 증감률은 같은 기간 3.9%에서 4.4%로 상승할 것으로 봤다.
반면 수출은 물량 기준인 상품수출은 다소 개선 될 것으로 보면서도 금액 기준인 통관 수출이 전년 보다 3.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동력이 약화된 원인에 대해서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 위축을 들었다. 이로 인해 설비투자 증감률이 전년 5.3%에서 올해 0.9%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은은 1월 전망 당시 올 설비투자 증감률을 3.8%로 높게 잡은바 있다. 이에 대해 서영경 부총재보는 “기업들이 2월에 발표한 설비투자 계획을 반영했는데 주로 반도체, 철강, 화학, 조선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여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작년 1059억달러에서 올해 960억달러, 내년 800억달러로 하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에 대해선 연간 1.2%를 기록해 한은의 2016~18 중기 물가안정목표제인 2%를 한참 밑돌 것으로 관측했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은 전망에 대해 “한은이 시장 충격을 고려해 다소 낙관적인 전망을 낸 것 같다”면서 “아직 소비 투자가 2분기부터 개선된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주열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하면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금리 인하 여지가 없는 것이 아니지만 금리 인하 카드는 아끼는 것이 원칙이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 “신용경색이 생기거나 우량한 기업도 자금조달이 안 되면 나서야 하지만 지금은 산업은행이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없어 한은이 나설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당분간 변동이 없음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채권 환율 시장은 이 총재 발언에 크게 반응했다. 동결 발표가 나온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2%포인트 이상 급등했지만 이후 이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하자 하락 반전했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 대비 0.006%포인트 하락한 1.501%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0.004%포인트 0.007%포인트씩 하락했다. 반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130원대로 급등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1144.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1136.3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 총재 발언을 추가 금리 인하에 신중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또 국제유가 급락세가 주춤하며 위험자산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원 교체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한두 달 정도는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경기 하방리스크와 정부 정책공조 요구 등을 감안하면 상반기내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상덕 기자 / 김혜순 기자 / 정의현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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