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 여수검역소 검역관이 ‘갱웨이’로 선박 위에 오르는 모습(왼쪽). 갱웨이가 설치되지 않은 선박은 ‘줄사다리’로 배 위에 올라야 한다(오른쪽). <사진제공=국립 여수검역소> |
여수항에서 여천산업단지를 거쳐 광양항에 이르는 지역은 이순신 장군이 책임지던 전라좌수영 관할구역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외적을 막았냈다면 국립 여수검역소는 현재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여수 검역소 검역관들은 감시정을 타고 제1검역장소인 여수와 남해도 사이 앞바다까지 나아갔다. 이곳에는 2만2000t급 화학제품 운반선 ‘아전트 선라이즈’호가 정박해 있었다. 아전트 선라이즈 호의 갑판에는 황색기가 걸려있다. 아직 입항하지 않는 배들은 검역을 받지 않았음을 알리는 황색기를 매달고 대기해야만 한다.
2인 1조로 이루어진 검역관들은 아전트 선라이즈호와 감시정을 연결한 이동식 철계단인 ‘갱웨이’를 타고 올라갔다.
검역관들은 우선 선원에 대한 검역부터 실시한다. 아전트 선라이즈호에는 한국인 선원 11명, 미얀마인 선원 12명이 탑승해 있었다. 검역관들은 일일히 이들의 체온과 감염병 증상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사람에 대한 검역이 끝나면 배안의 주방과 화장실 곳곳에서 가검물을 채취해 감염균이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했다. 검역시간은 배의 크기와 승선인원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검역관들이 검역을 마치자 아전트 선라이즈호의 황색기는 내려져 있었다. 검역을 완료해 입항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수검역소에서는 1년에 9200여척의 배를 검역한다. 이중 3분의 2는 서류상으로 하는 전자검역으로 대신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하는 ‘검역감염병 오염지역’ 국가를 방문한 기록이 있는 약 3500척은 검역관이 직접 배에 올라서 하는 승선검역을 실시한다. 현재 검역감염병 오염지역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모두 81개국이다.
올해는 지카바이러스 유입 가능성까지 있어 여수검역소는 모기 감시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모기에 의한 직접적인 지카바이러스 감염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옥경 여수검역소 광양지소장은 “지카바이러스를 옮길 우려가 있는 흰줄숲모기는 지난 2년간 12개체 정도 밖에 발견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여기서 발견된 플라비바이러스는 지카바이러스와는 구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모기 등 감염병 매개체 감시는 검역소와 보건소가 각각 해왔으나 올해부터는 보건소-검역소로 일원화됐다.
배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운영되어야 하고 1년에 9000척이 넘는 배를 검역하는데다 모기 등 매개체 감시 업부까
박기준 여수검역소장은 “최근 해외 유입 감염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검역 대상도 크게 늘고 있지만 인원 부족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사람 검역이 동식물 검역보다 못한 꼴”이라고 푸념했다.
[여수 =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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