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래킷벤키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옥시는 최근 사건 발생 후 5년만에 피해자에 대해 ‘사과’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폐 손상 원인으로 황사나 꽃가루 등을 지목한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물론 피해 확인 연구결과를 은폐·조작한 정황이 제기되며 불매 운동이 더욱 불붙는 모습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가피모)’과 환경운동연합, 소비자시민모임, 한국YMCA연합회 등 38개 시민단체는이날 광화문광에서 옥시 제품을 대상으로 1차 불매운동에 나서기로 결의했다.
이들은 옥시가 피해자와 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제품 유통 현황 등을 밝혀 수사에 실질적으로 협조하며,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겠다고 선언할 때까지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변화가 검찰의 수사와 소비자의 불매운동이었다”며 “우리는 이런 피해가 발생할 줄 모르고 위생을 위한 필수품인 줄 알고 제품을 산 평범한 소비자였기 때문”이라고 이번 불매운동의 의의를 설명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에게 “이 순간부터 옥시 제품 구입을 중단하고 가능하면 보유 중인 옥시 제품의 폐기를 통해 적극적 항의를 표시해주기 바란다”고 부탁했다.
이미 파급력이 큰 인터넷 까페나 블로그,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서는 옥시를 한국 시장에서 아예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표백제 ‘옥시크린’과 ‘오투액션’, 세탁세제 ‘파워크린’, 섬유유연제 ‘쉐리’를 비롯해 물먹는 하마와 냄새먹는 하마 등 ‘하마’ 브랜드, ‘옥시싹싹’ 브랜드, ‘이지오프뱅’, 제모크림 ‘비트’, 손세정제 ‘데톨’, 듀렉스 콘돔, 풋 케어제품 ‘숄’, 의약품 ‘개비스콘’과 ‘스트렙실’ 등 현재 옥시가 판매하는 제품명을 일일이 열거하며 불매 운동을 독려하는 의견이 많다.
피해자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이 옥시 불매운동에 동참하려는 이유는 옥시가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사과는 하지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한 소비자라고 밝힌 아이디 ‘마스터’ 님은 “우리가 (옥시에) 화가 난 이유는 옥시에서 가습기살균제에 유해한 물질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시중에 판매를 했다는 점”이라며 “피해자 530명 중 사망자 140명에서 보듯 살균제의 유해성을 인정한 마당에 사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옥시가 내놓은 사과에 진정성마저 결여돼 더 화가 난다”고 덧붙였다.
옥시제품 불매운동 동참의사를 밝힌 한 네티즌은 “옥시에서 서울대 보고서를 숨기고, (폐 손상의 원인이) 황사 탓이라고 말하는 옥시를 보고 우리나라 국민이 얼마나 호구인지 새삼 깨달았다”며 “옥시로부터 진실된 사과와 제대로 된 보상처리가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옥시가 77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해 “피해자들의 폐 손상은 봄철 황사와 꽃가루, 간접흡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또 불리한 유해성 실험결과를 숨기려 한 의혹마저 제기돼 옥시에 대한 불매 운동은 더욱 불붙는 모습이다.
옥시가 2011년 서울대 연구팀에 의뢰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실험에서 당시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의 새끼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옥시는 이 사실을 숨기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은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만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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