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5조원을 넘어서면서 이달부터 대기업집단에 새롭게 지정된 하림과 벤처기업 출신의 카카오, 셀트리온이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차별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지나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 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공시 의무도 대폭 강화된다.
그러나 규제를 받는 대기업이 갈수록 늘면서 외국기업보다 역차별을 받고 전반적인 경제활력 제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자산총액 기준 5조원은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5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대규모기업집단 지정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특별 좌담회를 열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시 자산총액 기준(5조원 이상)이 논란이 되자 마련한 자리다.
권태신 한경연 원장은 “기업 규모가 커진 것은 꾸준히 성장해 경쟁력을 확보한 것을 의미하므로 해당 기업은 자랑스러워해야 하는데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자부심을 느끼기보다 걱정이 앞선다”며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27개 법률에서 총 60여건의 새로운 규제를 받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직접 규제대상이 아닌 중견기업집단조차 규제 부담을 느껴 5조원을 넘지 않으려하는 ‘피터팬 증후군’까지 초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홍은택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새로 적용받게 된 규제만 76개”라며 “이제 카카오 계열사로 편입되면 아무리 작은 기업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규제를 받게 되므로 유망 IT 스타트업 인수합병(M&A)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우려했다.
현재 카카오의 주력회사 5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39개는 평균 자산 규모가 85억원인 중소기업이거나 게임, 모바일서비스 분야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모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계열사로 묶이면서 벤처캐피탈 투자가 금지되고 IT 관련 업종 진출이 제한되거나 불이익을 받게 됐다. 우수 인력의 병역특례요원 혜택도 사라졌다.
또 국가 발주 소프트웨어 산업에 입찰이 어려워지는 등 사업기회에 제약을 받게 됐으며 중소기업 적합업종에도 참여할 수 없고 ‘알파고’ 같은 지능형 로봇 정부 지원사업에도 참여할 수 없다고 홍 수석부사장은 밝혔다.
그는 “이 제도의 취지는 소수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여러 기업을 통제하거나 연대 채무보증으로 기업 안전성을 떨어뜨리거나 가족경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카카오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고 단지 자산기준 5조를 넘겨 지정됐다”며 “카카오가 IT에 집중된 단일 업종임을 감안해 규제가 바뀌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형기 셀트리온 대표이사도 자산총액 5조원 단일기준이 비합리적이라 지적하면서 “글로벌 다국적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기업 규제가 제약이 될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또 대기업 집단 문턱을 넘어서면서 당장 정부의 연구개발 세제지원 혜택이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중견기업 때 연구개발비 지출액의 8%를 세액공제율로 적용받았는데 이제는 공제율이 3%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셀트리온 계열사라 해도 모두 대기업 수준에 이르지는 않는데 개별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모두 규제대상이 되므로 중소계열사 역시 채무보증제한 등이 불가피해 신속한 외부 자금조달 제한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국내 매출은 3%밖에 안 되는데 국내 매출이 대다수인 다른 기업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 게 합리적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한국의 대기업 규제는 OECD 1위 수준”이라며 포브스 선정 2000대 기업에서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총 448개인데 한국은 2개뿐인 이유로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제도 같은 차별 규제를 꼽았다.
또 “삼성전자는 애플 시가총액의 25%, 현대차는 일본 도요타의 15% 수준에 불과하다”며 “시장가치 기준의 크기 측
김 회장은 차별 규제를 풀어 대기업·중견기업 비중을 높임으로써 ‘9988’ 경제구조(중소기업 사업체수 99%, 중소기업 근로자 수 88%)를 ‘9070’(중소기업 수 90%, 중소기업 근로자 70%)으로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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