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삼성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을 발표한지 하룻만에 전격적으로 단행된데다가, 정기인사도 아닌 시기에 수장을 바꾼 것이어서 ‘경질’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박동건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맡고 있는 DS(Device Solution)부문으로 자리를 옮긴다.
권 부회장은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박사 출신으로 1980년대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근무하며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게 만든 주역이다.
삼성측은 “삼성전자 DS부문장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까지 추가로 겸직하게 되면서 부품 양대 축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동건 사장에 대해서도 메모리와 디스플레이를 두루 경험했기 때문에 DS부문에서 미래사업 준비와 부품사업의 핵심인 설비와 제조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 관계자는 “새로 도입한 LCD(액정표시장치) 생산공정에서 불량률이 높게 나타나면서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것이 이번 인사의 배경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1분기부터 TV용 LCD 생산라인에서 새로운 공법을 적용했는데 차질이 생기면서 이 부분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에만 272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51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7000억원 이상의 차이가 난 셈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10억원이 줄어든 점을 고려해보면 매출이 줄어든 만큼 고스란히 영업손실로 이어지는 드문 현상이 벌어졌다. 생산에 대규모 차질이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삼성전자 사업부문에서도 유일하게 적자가 난 곳이 바로
TV·스마트폰·노트북 패널 등을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4월 삼성전자의 LCD사업부가 분사해 출범한 삼성전자 자회사다.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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