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에 아이의 감기가 낳아 먹이지 않았다고 하니 의사는 처방받은 약을 끝까지 먹이라고 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약을 중간에 끊으면 항생제 내성균이 남아 다음 처방할 때는 더 많은 항생제 처방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윤성 대한의학회 회장은 “잘못된 복용 습관, 효과가 강력한 약을 원하는 습성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에 항생제가 남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국민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보다 50% 이상 많은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도 최근 7년간 최대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30.1 DDD(국민 1000명 중 매일 항생제를 복용하는 사람 숫자)로, OECD 평균 21.1 DDD보다 50% 가까이 높았다.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내성균도 급증하고 있다. 발열과 복통 증상을 일으키지만 항생제도 견디는 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 비율은 종합병원 환자의 경우 지난 2007년 15.5%에서 2013년 17.7%로 늘었다. 특히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경우에는 반코마이신내성 장알균 비율이 2007년 20.5%에서 2013년 66.7%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항생제 내성은 세균 등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능력이 생겨 감염병 치료가 어려워진 상태를 뜻한다. 의료 행위뿐 아니라 인간과 동물·식물·수산물로 이어지는 생태계 속에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항생제 내성이 커지면서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 즉 슈퍼박테리아도 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항생제 내성균에 의해 매년 200만명이 감염되고 2만 3000명 이상이 사망하고 있으며, 영국 전문가들은 항생제 남용을 막지 않으면 205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1000만명 가량의 사망자 발생을 경고하고 있다.
문제는 항생제 관리가 처방·치료·복용 등 의약품 관리로만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농업과 축산과 어류 양식 등을 통해 우리가 먹는 음식물도 항생제에 깊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보건, 농·축·수산, 식품, 환경 분야 전문가와 정부 관계부처 고위공무원들이 참여하는 ‘국가 항생제 내성 관리대책 협의회’가 이날 출범했다. 대한의학회의 이윤성 회장이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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