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디젤’을 표방하면서 국내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경유차들이 실제 도로에선 질소산화물(NOx)을 다량으로 뿜어대면서 대기환경의 주범 역할을 한 것으로 재확인됐다. 환경부가 국내 판매 중인 20개 경유차를 조사한 결과, 실제 도로에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충족한 차량은 BMW 520d 모델 하나 뿐인 것으로 밝혀졌다. 20개 차량의 배출가스는 평균적으로 허용기준의 6.8배에 달했다. ‘더티 디젤’이 특정 차 메이커의 문제라기 보다 자동차 업계 전반에 걸친 미신이자 사기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환경부가 국내 시판 중인 경유차 20종의 배출가스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출가스를 임의적으로 조작했다는 닛산의 캐시카이 외에도 대부분 경유차에서 실제 도로 주행시 허용치를 훨씬 웃도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특히 르노삼성자동차의 QM3는 실외 도로주행시험에서 실내 인증보다 17배에 달하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 현대차 쏘나타는 4.5배, 기아차 스포티지는 5.4배, 쌍용차 티볼리는 약 11배에 달하는 배출가스를 초과 배출했다. 내년 9월부터 도입되는 실도로 조건에서의 배출가스 허용기준(실내인증조건의 2.1배)을 적용하면 모두 탈락에 해당한다. 현행 유로(EURO)6 인증 기준은 질소산화물이 1km당 0.08g을 넘지 않도록 돼 있다.
QM3는 르노삼성이 2014년부터 스페인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지금까지 국내서 4만6000여대 이상이 팔리면서 르노삼성의 대표적인 성공작으로 꼽혀왔다.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은 연말까지 배출가스를 낮추는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캐시카이와 QM3 이외의 17개 차종은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실내 인증기준의 1.6~10.8배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우리가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에 대해선 상당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 우리 조사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실제 도로 주행시 유해가스를 다량 배출하도록 허용한 건 연비를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일 가능성이 높다. 배출가스를 저감하는 데 에너지를 추가로 쓰게 되면 곧 연비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경유차들의 아찔한 연비 경쟁은 소비자들의 ‘건강하게 숨쉴 권리’를 담보로 위험천만하게 이뤄져 온 셈이다.
환경부는 실내·외 배출가스 차이가 20배 정도인 캐시카이는 배출가스 불법조작으로 판단했고, 17배 정도인 QM3는 임의설정으로 보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흡기온도만 가지고 저감장치를 꺼지게 한 캐시카이와는 달리, QM3는 외부온도가 섭씨 30도를 넘지 않으면 저감장치를 꺼지지 않게 해놓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기술적 판단과 무관하게 경유차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국내 판매된 경유차에 대해 철저한 감독을 하겠다는 입장
내년 9월부터 자동차 제조업체는 주행 중 배출 기준을 현행 실험실 실내 인증기준의 2.1배 이내로 맞춰야 한다. 이 기준은 2020년 1월부터 1.5배로 강화된다. 환경부는 신차에 대해선 수시검사, 운영중인 차량은 결함확인 검사를통해 불법 조작이 있는지 계속 확인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전범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