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를 거뜬히 뛰는 마라토너들, 겉으로는 건강해보이지만 심장에는 무리를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박경민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와 김영주 인제대 상계백병원 재활의학과 박사 등 공동 연구팀은 40세 이상∼60세 이하 중년남성 마라톤 동호인 552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라톤을 즐기는 중년 남성들은 심장 건강이 나빠져 심혈관계질환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연구 대상자는 평균 나이 49세로 매주 2차례 이상 최소 3년간 지속해서 훈련해 왔다. 최근 5년 안에 풀코스 마라톤을 5차례 이상 완주했을 정도로 열혈 운동파였다. 연구 시작 당시에는 참여자 모두 심장 관련 질환으로 수술 또는 치료받은 병력은 물론 고혈압이나 당뇨, 갑상선, 간기능 장애 등도 없는 건강한 상태였다. 연구팀은 이들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정기적으로 심초음파 검사·운동부하검사 등 각종 진료결과를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최장 5년간 연구 참여자 552명 중 14명(2.5%)에게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발견됐다. 이 중 10명은 심장이 가늘게 부르르 떠는 ‘심방세동’, 나머지 4명은 심장박동수가 100회 이상으로 빨라지는 ‘비지속성 심실빈맥’으로 각각 진단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유병률은 지구성 운동선수들에게서 부정맥이 발견되는 비율(5.3%)보다는 적지만, 일반 인구의 중년층 유병률(0.9%)과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일반적으로 꾸준한 유산소 운동이 심혈관계질환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다른 만성질환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는 것과 비춰볼 때 의외의 결과인 셈이다. 의료진은 “이 마라토너들은 부정맥 진단 당시 당장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부정맥이 없는 마라토너(538명)도 모두 5년간 마라톤을 즐기는 사이 고혈압 전(前) 단계 상태 또는 ‘운동유발 고혈압’ 상태가 됐다. 고혈압 전 단계의 경우 심혈관계질환 발생 위험을 2배 가량 높이고, 운동유발 고혈압은 심혈관은 물론 뇌혈관 질환까지 일으키는 위험 요소로 꼽힌다.
이런 결과가 나온 데 대해 연구팀은 이들의 운동량이 지나치게 많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는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중독수준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중년 마라토너의 운동량은 풀코스 마라톤보다 더 먼 거리를 뛰는 ‘울트라마라톤’ 선수들의 운동량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울트라 마라톤 선수들의 하루 유산소 운동량은 적게는 90분에서 많게는 300분에 달하는데, 심혈관계질환 예방을 위해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하루 운동량의 최대 10배 수준이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통계학적 조건을 모두 보정했을 때 부정맥이 있는 그룹(14명)은 없는 그룹(538명)보다 더 오래,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맥 마라토너 그룹의 평균 운동경력은 128.5개월로 부정맥이 없는 마라토너 그룹(83.9개월)의 1.5배 수준이었다. 운동 강도를 잴 때 쓰는 20점 만점의 ‘보그 척도’(Borg RPE Scale) 역시 부정맥 마라토너 그룹(14.3점)이 비부정맥 마라토너 그룹(12.9점) 보다 높았다.
박 교수는 “건강을 지키고자 시작한 마라톤이 독이 돼 돌아오지 않으려면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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