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조선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STX조선은 기존 수주 물량 중 15척 안팎 탱커선들과 1기의 해양플랜트 건조 포기·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과 STX조선은 이런 계획을 법원에 건의할 계획이다. 여기에 선주 측이 발주를 취소하는 계약이 추가로 나오면 건조 중단·취소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프로젝트에 따라서는 공정이 상당히 진행된 것들이 있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손해배상소송 등 여러 후폭풍이 예상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고성조선해양이 STX조선해양 100% 자회사이기는 하지만 별도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고성조선해양은 호황기에 STX조선이 수주한 물량을 주로 나눠서 건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채권단이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은 STX조선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수주 일감은 저가 수주로 건조를 포기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추가 수주가 불가능해진 불확실한 상황에서 잔여 일감을 처리하다보면 인건비 등 고정비가 더 많이 투입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정리를 하겠다는 의지다.
STX조선은 지난 2012년 말 영국 BP쉬핑으로부터 탱커선 14척을 약 7500억원에 수주했다.
당시 선가는 내려갈 때로 내려간 상태로 STX조선이 수주한 계약 중에서 가장 안좋은 조건으로 수주한 계약으로 평가받는다. STX조선은 이 계약 중 3척을 건조 완료해 인도한 상태다. 그러나 남은 발주분은 건조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과 채권단은 오는 30일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이런 계획을 법원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STX조선은 리비아 국영회사로부터 수주했던 4억달러 규모 FSO(부유식 원유 저장·하역설비)도 건조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채권단은 보다 과감한 건조 중단을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유조선 회사인 프론트라인으로부터 수주했던 초대형유조선인 VLCC 4척 수주 계약(약 3억 6000만달러 규모)도 논란이 되고 있다.
채권단은 이 계약 역시 건조를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런 방향을 선택하면 선주들로부터 여러 손해배상소송과 최대 1조 2000억원 규모 RG(선수금환급보증) 상환 요청을 당할 수 있는 상황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서 모든 선주들이 일시에 선수금환급보증 요청을 하는 것은 아니며 개별 계약마다 협상의 여지가 있다”며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STX가 수주받은 배의 건조를 포기할 경우 당장 협력업체들에게 불똥이 튈 것으로 보인다. 일감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들이 경영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대규모 실업 문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정관리행이 확정된 바로 다음날인 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진해소에는 이른 무더위와 달리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 채권단의 예상보다 빨라진 법정관리 발표탓에 당혹함이 역력했다.
채권단의 법정관리 불가피성에 대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의 공포와 실업자가 된다는 분위기에 직원들은 술렁였다.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와 실업 공포가 피부에 직접적으로 느껴진 탓이다.
STX조선해양은 현재 정규직 협력사 직원 인원은 5100여명이다. 지난 2014년부터 올초까지 구조조정을 단행해 정규직 인원만 1500명을 내보냈다. 자율협약 체결 직전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수는 3600여명으로 그동안 절반 가까운 인원을 줄어든 것이다. 협력사 직원도 약 4000명으로 같은 기간 동안 1000여명이 줄었고 계속해서 감원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이직률도 가속되고 있다.
협력사들도 당장 ‘연쇄부도 우려’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선소 바로 옆에 조성된 죽곡일반산단에 입주한 8개 협력사 협의체인 창원조선기자재협의회는 연쇄도산 가능성을 걱정했다. 이미 법정관리 가능성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부터 협력업체에서 쓰는 용접봉 등 부자재들이 들어오지 않아 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또 STX조선으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대금을 현금으로 지급받던 협력사들이 지난해부터 약속어음으로 결제수단이 바뀌면서 유동성 위기도 본격화 될 전망이다.
김영길 창원조선기자재협회 사무국장은 “당장 받은 약속어음들은 법정관리 소식에 현금화하기도 어려워지고 있고, 은행에서 압박이 들어오는 데가 있다”며 “STX에만 100% 납품을 하는 죽곡산단 협력업체 뿐만아니라 창원과 부산 녹산산단에 입주한 협력사들 비슷한 사정이다. 이들 직원만 1000여명인데 갈데가 없다”고 우려했다.
금속노조 STX조선해양 지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정부의 법정관리의 회생 가닥과 고용보장을 요구하
[창원 = 최승균 기자 / 서울 =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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