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노벨상 수상에 큰 희망을 걸고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지만 노벨상은 돈만으로 안된다는 것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가 1일 한국의 연구개발(R&D) 투자 현황과 노벨상 수상을 위한 노력들을 소개한 기사를 통해 한국의 현실을 꼬집었다.
네이처는 우리나라의 R&D 예산 증가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는 1999년 2.07%에서 2014년 4.29%로 늘어났다. 2012년 R&D 투자가 4%대던 이스라엘을 따라잡았고 2014년에는 이스라엘을 앞지르게 됐다. 네이처는 한국, 이스라엘, 일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를 비교했는데 이 중에서 한국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GDP에서 R&D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같은 기간 계속 3%를 밑돌았고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조차도 이제 겨우 2%를 넘어선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R&D 투자 비율 증가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다.
네이처는 이렇게 집중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2014년 한국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GDP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인 스페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영국이나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중국과 비교하면 7분의 1일 정도로 초라한 성적이다. 정부나 기업이 R&D 투자 금액을 대폭 늘리긴 했지만 기초과학 육성엔 별다른 도움이 안된다는 따끔한 지적인 셈이다.
네이처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등으로 부터 제공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민간과 정부를 합쳐 R&D에 약 72조원을 투자했는데 이 중 기초과학분야는 약 12조6000억원이었다. 전체 R&D 투자의 18% 정도만이 기초과학에 투자된 것이다.
네이처는 정부의 의사결정 방식도 문제삼았다. 네이처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끝나자마자 한국은 알파고 충격(Alphago Shock)에 사로잡혔다”며 “정부는 인공지능에 2020년까지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고 민간 기업들을 채근해 2조5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며 “주먹구구식 대응”이라고 지적했다.
네이처는 한국인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노벨상 발표를 예로 들며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지만 한국은 수상자가 없어 국민이 실망했다는 것이다. 네이처는 한국인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수십년 간 장기적 투자의 역사가 없다는 점을 들었다.
김두철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IBS는 겨우 4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한 IBS 연구자는 네이처와 인터뷰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토론이 없는 국내 학계의 분위기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활발한 토론이 필수적인데 연구자들 간 토론이 거의 없는데다 밤 늦게까지 어울려 술을 먹어 여학생들에겐 장벽이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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