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개월만에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하자 장단기 채권금리가 일제히 사상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이 크게 움직였다. 대다수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이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개진되고 7월에나 실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해왔다. 애초 예상보다 훨씬 과감한 금리인하가 이뤄지자 시장에선 하반기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033%포인트 하락한 1.345%에 마감됐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는 각각 0.044%포인트와 0.037%포인트 떨어져 사상최저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20년물과 30년물 금리는 처음으로 1.7%대에 진입했다.
과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하면 금리 인하를 미리 예상하고 있던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내며 시장 금리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금통위 발표 후에는 외국인 매수세가 강화되고 시장 금리가 추가 하락하는 등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예상보다 한 박자 빨랐던 금리인하 결정으로 하반기 추가 인하 기대감도 나오기 때문이다.
정의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는 통상 0.2%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데 현재 금리차는 0.10%포인트도 안돼 추가 인하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지난 2013년을 제외하곤 2014년 2015년 모두 두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졌기 때문에 기대감이 소멸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공동락 코리아에셋투자 연구원은 “예상보다 앞당겨진 올들어 첫번째 기준금리 인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하향조정 가능성을 감안하면 하반기 기준금리는 1%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GDP 1.8%를 차지하는 조선업 생산감소, 3만명 이상 인력 감축, 선박건조 감소에 따른 철강업 위축 등 경기 하방위험이 높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전격인하에도 불구하고 달러당 원화값은 큰 움직임이 없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대비 0.6원 오른 1156원에 마감했다. 이날 1154원으로 시작한 원화값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전해진 오전 10시께 1160.5원까지 떨어졌다가 반등해 1154~1156원선을 맴돌았다.
원화값이 강보합세를 보인 것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는 국면에서 자본의 유출보다는 투자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면서 원화가치가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형국이란 얘기다.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금리에 이미 선반영되어 있었다는 점도 원화값 변동폭이 크지 않았던 이유다.
유신익 신한은행
[김혜순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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