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범 서울아산병원 교수 |
우리 연구팀이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러한 질병의 세부 특성을 구분해 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한범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하버드 의대 연구진과 함께 의학통계 알고리즘 ‘붐박스(BUHMBOX)’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한 교수가 하버드대 연구교수 시절부터 3년간 연구한 결과물로 ‘붐박스(BUHMBOX)’라는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따서 하버드대 동료들이 붙여준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유전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에 최근 게재됐다.
한 교수는 “붐박스는 모든 질병으로 확장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라며 “예를 들어 류머티스 관절염·크론병 같은 자가면역질환들의 연관성,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들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하면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위암, 당뇨병, 조현병 등 특정질병에 걸렸다는 사실만 알 뿐, 그 병의 나머지 작은 분류들을 알기는 어려웠다. 환자가 어떤 소분류에 속해있는지에 따라 생물학적 기전, 예후, 약물 반응 정도 등이 각각 다를 수 있지만, 치료후 결과를 보고 막연히 짐작하는 수준이었다. 이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질병 특성에 따라 소분류를 구분해 전체 질병의 세부 지도를 그릴 수 있다. 이 지도에서 각각의 소분류를 겨냥한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할 단서를 얻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현재는 약물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찾아가는 수준이라면, 알고리즘으로 유전체를 분석해 아파트의 몇 동 몇 호를 찾아가야 할 지 더 자세한 주소를 얻게되는 셈이다.
실제로 한범 교수팀은 알고리즘을 활용해 류마티스 관절염의 소분류의 하나인 CCP(Cyclic Citrullinated Peptide) 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2406명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유전적으로는 이들 중 30%는 음성이 아닌 양성 류마티스 관절염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유전체 분석을 통해 CCP 음성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맞춤형 치료를 목표로 하는 정밀의학이 대세다. 전세계에서 이같은 알고리즘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고 붐박스도 그 중 하나다. 한 교수는 “그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유전자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연관성이 있어보이는 질병에 관여하는 유전자 수십 개에서 수백 개를 분석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라면, 크론병 유발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상관관계를 검증하는 것이다. 이렇게 수천 명의 환자 유전체 정보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면, 이 병이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지, 다른 어떤 병과 연관이 있는지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소분류를 찾고 구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몰랐던 질병과 질병 사이의 유전적 유사성을 찾아낼 수도 있다”며 “기존에 사용되고 있는 치료 약을 다른 질병의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기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부를 졸업하고 UC샌디에고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으로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지금껏 이런 알고리즘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앞으로도 맞춤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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