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는 국내 양대 국적선사가 또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파나마 운하가 개통되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주력인 아시아-미주 노선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파나마 운하는 현지시간 26일 확장 개통되면서 통과할 수 있는 선박 규모가 기존 44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에서 1만 3000TEU급으로 늘어난다. 이번 확장으로 파나마운하 통과선박량은 2배 가량, 해상물동량은 30%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에서 미국 동안까지 걸리는 시간은 45일에서 35일로 단축된다.
그러나 전체 매출의 40% 정도가 미주노선에서 창출되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형 선박 통과가 가능해지면서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미주 노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한진해운이 속해있는 THE 얼라이언스는 대형선박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이 가입할 2M은 미주 노선 점유율이 낮아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됐다. 2M이 최근 현대상선에 얼라이언스 가입 러브콜을 보낸 것도 이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즉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모두 미주 노선에서 기존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7500TEU~1만 3000TEU급 주력 선박을 시급히 확보한다. 머스크와 MSC는 이 정도 선박을 각각 204척, 185척을 보유하고 있는 반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60척, 31척에 그친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으로 인해 THE 얼라이언스는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2M과 오션은 7500TEU~13000TEU급 선박이 각각 389척, 437척인 반면 THE얼라이언스는 277척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파나마운하는 아시아 역내를 중심으로 영업하는 국내 중소선사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글로벌 선사들이 기존 파나마운하에 투입하던 4000TEU 내외 선박들을 아시아역내로 보낼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아시아역내엔 4000TEU급 배도 몇 척 없었는데, 이제 글로벌 선사들의 4000TEU급 선박 일부가 아시아 역내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아시아 항로에서 영업하는 선사들끼리 대책을 협의하고 공급량 조절을 위해 선복량을 감축하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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