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시설 부실한 초고층 아파트…주민들만 '덜덜'

【 앵커멘트 】
6년 전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에서 난 화재 모습입니다.
이처럼 여러 명이 모여 사는 아파트에 불이 날 경우 큰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화재 대피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41층짜리 아파트가 있다고 합니다.
배정훈 기자가 고발합니다.


【 기자 】
▶ 스탠딩 : 배정훈 / 기자
- "이 아파트가 2016년 입주를 시작한 문제의 아파트입니다. 모두 60세대에 화재 대피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데요, 제가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보시다시피 여느 주상복합아파트처럼 발코니가 확장돼 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는데요,

이런 아파트에는 반드시 4가지 화재 대피 시설 중 한 가지를 설치하게 돼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경량 피난벽인데요, 이 피난벽을 부수면 화재 상황에서 바로 옆 세대로 탈출할 수 있습니다.

또, 해치를 열면 화재가 났을 때 아래층으로 대피할 수 있는 하향식 피난구나,

문을 열면 바로 외부 비상계단으로 연결되는 세이브라인도 설치가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이파트에 설치돼 있는 세이프티존, 바로 대피공간인데요, 이 대피공간에는 화재 상황을 대비해 아무것도 설치돼 있어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이 아파트에는 세이프티 존에 세탁기가 설치돼 있어 충분한 피난공간이 확보되지 않습니다.

왜 여기에 세탁기를 놓고 쓰시는 건가요?

▶ 인터뷰 : 아파트 입주민
-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의 구조상 별도의 급배수 설비를 우리가 마음대로 설치할 수 없어서 이 공간을 세탁기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시는 왜 화재대피 구역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건물에 준공허가를 내준 걸까요. 서울시에 직접 물어봤습니다.

▶ 인터뷰(☎) : 서울시 관계자
- "문제가 없으니까 저희가 (아파트) 준공 허가를 내줬죠. 저희는 사용승인 당시에는 적법해서 준공처리를 한 거고…."

시공사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 인터뷰(☎) : 시공사 관계자
- "관계기관인 국토부에서도 세탁실과 대피공간 혼용에 문제가 없다는 회신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소방법에 따라 화재 대피 구역에 아무것도 놓아 두어선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 인터뷰 : 이창우 /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 "(아파트 등에) 이런 대피공간이라든지 또는 피난통로가 확보되지 않았을 때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큰 인명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결국, 주민들만 언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MBN뉴스 배정훈입니다. [ baejr@mbn.co.kr ]

영상취재 : 배완호 기자·조영민 기자
영상편집 : 이승진
그래픽 : 서동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