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남상태(66) 전 사장은 27일 오전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남 전 사장 개인적 비리에 대한 조사를 주로 한다”고 이날 밝혔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날 남 전 사장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다. 오전 9시 30분께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남 전 사장은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짧게 말하고 즉답을 피했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대학 동창인 정모(65·구속)씨가 대주주로 있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남 전 사장은 2009년 10월 자회사 디섹이 부산국제물류(BIDC) 지분 80.2%를 사들이도록 했다. 정씨가 대주주이던 BIDC는 당시 적자경영에 허덕이고 있었다.
대우조선은 개별 운송업체들과 각각 자재 운송계약을 맺어왔지만 2010~2013년에 육상·해상운송 거래에 BIDC를 중간 업체로 끼워넣고 5∼15% 운송료 마진을 줬다. 검찰은 이런 방식으로 대우조선에서 BIDC 측에 흘러간 육·해상 운송비가 2010∼2013년에 12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일감 몰아주기로 사세를 크게 키운 BIDC는 매년 당기순이익의 15~50%에 달하는 배당금을 지급했다. 남 전 사장은 BIDC의 외국계 주주사 지분을 차명으로 보유하며 수억원대 배당금 소득을 챙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남 전 사장 최측근인 건축가 이창하씨도 사업상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만 선상호텔 사업과 서울 당산동 사옥 매입 과정에서 이씨에게 수백억원대 특혜가 돌아갔고,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만들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상파 방송 TV프로그램에서 건축가로 등장해 이름을 알리기도 한 이씨는 남 전 사장의 천거로 2006∼2009년 계열사인 대우조선건설에서 전무급인 관리본부장을 지냈다.
이밖에 남 전 사장은 삼우중공업 지분 고가 인수, 재임 기간 빚어진 회계부정 묵인 또는 지시 의혹,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한 연임 로비 등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남 전 사장을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남 전 사장 소환에 따라
고 전 사장은 남 전 사장의 뒤를 이어 2012∼2015년 대우조선을 이끌었다. 검찰은 고 전 사장 재임 기간에 5조4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고 전 사장이 분식회계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