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임직원 간 공통호칭이 ‘님’으로 바뀐다. 수직적 계층의식이 드러나는 대리·과장·차장·부장과 같은 직급 대신에 수평적인 호칭을 통해 조직문화를 바꿔가겠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27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도입을 통한 직급 체계 단순화와 수평적 호칭을 골자로 하는 인사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창의적·수평적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 기존 연공주의 중심 인사제도를 업무와 전문성을 중시하는 ‘직무·역할’ 중심의 인사 체계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부장 과장 사원 등 수직적 직급 개념은 직무 역량 발전 정도에 따라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로 전환된다. 직급 단계도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4단계(CL1~CL4)로 단순화된다.
임직원 간 공통 호칭은 ‘ㅇㅇㅇ님’을 사용하게 된다. 홍길동 차장이 홍길동 님으로 바뀌는 것이다. 다만 부서 내에서는 업무 성격에 따라 ‘님’ ‘프로’ ‘선후배님’, 영어 이름 등 상대방을 서로 존중하는 수평적인 호칭을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외 업무가 많은 부서라면 ‘님’ 대신 ‘매튜’ ‘케네스’ 등의 호칭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팀장과 그룹장 파트장 임원 등은 그들이 가진 직책으로 호칭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직급에 따른 호칭을 없애고 직급으로 부르겠다는 것”이라며 “기존에 차장 직급이 그룹장을 맡고 있다면 그룹장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수평적 조직문화를 구축해 창의력이 샘솟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조직문화의 변화를 시도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직급중심의 수직적·위계적인 문화는 50년이 넘도록 뿌리 깊히 박혀 있어 웬만한 노력으로는 변화 자체가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이같은 하드웨어식 변화부터 시작했겠느냐”고 털어놓았다. 하드웨어 변화를 통해 조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이를 소프트웨어적인 변화로 끌어간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변화는 그룹 다른 계열사로도 조만간 확산될 전망이다.
□ 삼성전자는 수평적·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회의문화도 바꾸기로 했다. 반드시 필요한 인원만 참석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회의의 결론을 도출해 이를 준수하는 회의 문화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5대 회의 권장사항으로는 참석자 최소화, 1시간 이내, 전원 발언, 결론 도출, 결론 준수 등이 거론됐다.
또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 강화를 위해 직급단계를 순차적으로 거치는 대신 ‘동시 보고’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차장에게 보고를 하면서 동시에 임원에게도 같은 내용을 보고하도록 한 것이다. 기존에는 직급단계를 밟아가며 보고가 이뤄지는 바람에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불필요한 보고가 많아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여기에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간결하게 핵심 내용만 전달하는 보고문화도 정착시키기로 했다. 과거 삼성전자의 문제점으로 꼽혔던 것 가운데 하나가 보고형식이었다. 삼성전자에 근무했던 한 재미교포 임원은 “말로 하면 10분이면 될 보고를 문서를 작성하는데 반나절을 꼬박 허비하는 일도 비일비재했다”며 “보고 내용에 한자를 섞어서 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나는 불가능했다”고 털어놓았다.
삼성전자는 ‘포스트 잇’ 보고 방식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내용만 1~2줄로 요약해 임원 등이 바로바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제도 개편을 통해 상급자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않는 ‘눈치성’ 잔업이나 불필요한 습관성 잔업, 특근을 근
삼성전자는 이러한 내용의 새로운 인사제도를 내년 3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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