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출장 중 조기 귀국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긴급 간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굳은 얼굴로 회의장에 들어서고 있다. <김호영 기자> |
27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긴급 간부회의를 열어 “앞으로 브렉시트가 국내 금융과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는 동시에 향후 상황 악화에 대비하여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철저히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한은은 시중 통화량을 조절할 목적으로 발행하는 특별 유통증권인 통화안정증권을 탄력 운영하는 방식 등으로 유동성을 주입할 방침이다. 한은은 “우선 이번 주에 통안증권 발행, 통화안정계정 예치, RP매각 등 공개시장운영 계획을 신축적으로 조절해 3조원 이상의 단기 유동성을 시중에 확대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실물경제 측면에서도 수출, 성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겠다”며 “정부와는 물론 주요국 중앙은행과도 정보교류와 정책 공조를 한층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이 총재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BIS 연차총회와 세계경제회의에 참석한 뒤 28일 귀국 예정이었지만 브렉시트 후폭풍이 거세지자 하루 앞당겨 귀국,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이어 이 총재는 BIS 연차총회 당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은 브렉시트 직후 증권과 외환 거래량 증가 등에 비춰 볼때 금융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면서도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이 불확실해 시장의 높은 변동성이 반복되고 중장기적으로 실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염려했다고”고 전했다. 지금껏 영향은 크지는 않았지만 후폭풍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데 중앙은행 총재들이 인식을 같이한 것이다.
아울러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렉시트 관련 금융권역별 대응계획 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는데 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므로 리먼 파산으로 위기가 곧바로 발생한 2008년 위기 상황과는 다르고, 글로벌 금융시스템 위기로까지 급격히 확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염려했다. 2008년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리스크를 확산·증폭시키는 핵심 경로가 금융부문 자체였던데 반해 이번 브렉시트는 직접적인 금융의 위기가 아닌 만큼 영국이나 EU와의 무역 연계 정도에 따라 국가별로 영향이 차별적이고 점진적으로 발생할 것이란 판단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브렉시트가 다른 EU 국가의 탈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향후 전개 과정이 매우 불확실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임 위원장은 “금융시장에 과도한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선제적 시장 안정화 조치를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면서 “이미 마련된 위기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의 절차와 내용을 꼼꼼히 재점검할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금융위가 마련해놓은 비상대응계획에는 △최대 1조원 규모 증시안정 펀드 조성 △한시적 공매도 금지 △연기금의 주식매수 확대 등이 핵심 내용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임 위원장은 한국거래소에 30일부터 시행되는 공매도 잔고 공시제의 차질 없는 도입을, 은행권에는 외화유동성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각각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는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은행연합회장, 금융투자협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여신전문금융협회장, 저축은행중앙회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연구원장 등 금융협회와 유관기관 기관장이 참석했다.
이처럼 이 총재와 임 위원장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까닭은 성장률 둔화 염려가 시장 안팎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해외 투자은행(IB)은 브렉시트로 인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대 0.3%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올해 0.06포인트, 내년에 0.17%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수출경로를 통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올해 0.02%포인트, 내년엔 0.06%포인트 떨어뜨리고 추가적으로 글로벌 금융 불안 확대로 인해 올해 0.04%포인트, 내년에 0.11%포인트 낮춘다는 추정이다. 씨티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1~0.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들 기관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성장률 하락을 막을 것으로 내다봤다. 추경 효과가 브렉시트로 상쇄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2.7%, 씨티그룹은 2.4%를 유지했다.
하지만 앞서 일본 노무라는 한국 성장률 전망을 종전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는 “대외경기의 불확실성이 기업 구조조정 중인 조선 해운
상당수 해외 IB들은 한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반기 1차례 인하(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를 하거나 연내 2차례 인하(노무라)한다는 관측이다.
[이상덕 기자 /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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