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빙과 업체들은 경기 한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몇 년 안에 반 토막이 날 지도 모른다는 위기 의식 때문이다. 아이스 커피와 빙수 등 아이스크림 대체 상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데다가 유통 채널들까지 PB 아이스크림을 출시해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실제로 2013년 1조9371억 원(식품산업통계정보)에 달했던 국내 빙과 시장은 지난해 1조4996억 원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는 빙과 업체들이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빙그레는 1인 가구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아이스크림 ‘투게더’ 크기를 출시 42년만에 줄였고, 롯데제과는 출시 30년을 맞은 아이스크림 ‘월드콘’에 요즘 유행하는 바나나 맛을 적용했다.
투게더는 1974년 출시 이후 줄곧 가족용 900ml 대용량을 고집해 왔으나 최근에 몸집을 8분의 1로 줄여 디저트로 즐길 수 있는 ‘투게더 시그니처 싱글컵’(110ml)를 내놓았다. 누적 판매개수 2억 2000만개, 연간 매출액 300억 원을 기록하면서 떠 먹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해 왔으나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1970년대 10원짜리 께끼에 익숙해 있던 일반 국민들 사이에 600원 짜리 국산 첫 고급 아이스크림 투게더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당시로서는 아버지 월급날 같은 특별한 날에 온 가족이 함께 먹었을 정도로 고급 아이스크림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인 가구가 500만 명(통계청)을 넘기고 대용량 제품 인기가 시들해지자 출시 후 처음으로 투게더 용량과 디자인을 과감하게 바꾸고 맛을 업그레이드시켰다. 100% 국내산 3배 농축우유를 사용해 더욱 진하고 풍부한 맛을 구현했으며 디저트 타입에 맞게 쉽게 녹지 않는다. 이번에 출시한 더블샷 바닐라 뿐만 아니라 씨솔트카라멜, 그린티라떼 등 대용량 제품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고급 재료를 사용한 신제품을 추가로 출시할 예정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는 먹거리가 귀했던 1970년대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본격적으로 연 대표 아이스크림”며 “투게더가 가진 기존의 강점을 활용해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면서 떠 먹는 아이스크림 대표 브랜드의 자존심을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제과는 최근에 식품업계를 강타한 바나나 열풍이 빙과 시장에도 이어지길 바라면서 바나나맛 아이스크림 3종을 내놓았다. ‘월드콘 바나나’를 비롯해 ‘쫀득쫀득 말랑카우 바나나바’와 ‘설레임 바나나쉐이크’로 바나나를 직접 갈아 만든 바나나퓨레를 넣은게 특징이다.
월드콘 바나나는 빙과 시장 최고 인기제품인 월드콘에 바나나를 넣어 초코코팅, 땅콩 토핑과 어우러진 색다른 맛을 낸다. 설레임 바나나쉐이크는 부드러운 밀크셰이크에 향긋한 바나나가 함유된 제품으로 파우치 형태라 먹기 편하다.
빙그레는 10년만에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끌레도르’를 리뉴얼하는 승부수도 띄웠다. 새로 나온 솔티드 카라멜은 국내 첫 솔티드 아이스크림으로
빙그레와 롯데제과는 라이벌인 커피 전문점 빙수를 제압하기 위해 각각 ‘꽃보다 빙수’와 ‘첫눈애 망고빙수’를 선보였다. 꽃보다 빙수는 20~30대 여성을 겨냥해 견과류와 과일 등 풍부한 토핑을 곁들였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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