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에서 열린 ‘확대경영자회의’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 =SK그룹>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룹사 CEO 들에게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사업·조직·문화 등에 걸쳐 강도높은 개혁을 주문하고 나섰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이천에서 브렉시트 후 긴급 사장단 회의인 ‘2016년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갖고 근본적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3일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의 경영환경은 변화하지 않는 기업은 언제든 사라질 수 있는 ‘서든데쓰’의 시대”라며 “혹독한 대가를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경영 복귀 후 ‘강한 SK’의 재건과 이를 위한 ‘파괴적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날 회의의 발언 역시 기존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최 회장이 느끼는 절박함과 주문의 강도가 더 강해졌다. 최 회장은 “현실의 SK그룹은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ROE(자기자본이익율)가 낮고 대부분의 관계사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OE란 기업이 투하된 자기자본에 비해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은 전체 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계산한 지표다. 수익성도 떨어지는 상황인데다 그나마 시장에서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최 회장은 ‘위기 의식’을 강조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날로 떨어지고 대내외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브렉시트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커졌다. 그만큼 전례없는 어려운 경영환경이 될 것이란 얘기다.
최 회장은 현 상황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업하는 방식·일 하는 방식·자산 효율화 등 3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각 CEO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을 마련해 하반기 CEO 세미나때 보고 해줄 것을 요청했다. SK그룹 전체 CEO들이 참여해 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논의를 하는 CEO세미나는 통상 10월말께 개최된다.
이날 회의에서 최 회장이 첫번째로 강조한 것은 회사별 비즈니스모델의 개혁이다.
최 회장은 ”환경이 변하면 돈 버는 방법도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 뒤 ”과연 우리가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팔지 등 사업의 근본을 고민해 봤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있다“고 지적했다. 관행에 얽매이지 말고 사업의 상품·고객·시장 등 비즈니스모델을 원점에서부터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두번째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도 주문했다. 최 회장은 “익숙한 출퇴근 문화에서부터 근무시간·휴가·평가·보상은 물론 채용 제도·규칙 등이 과연 지금의 변화에 맞는 방식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산 효율화도 강조했다. 그는 “중장기적인 경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재원과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산효율화가 선행돼야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최 회장은 “SK경영관리체계에서 강조한 구성원의 자발적(voluntarily)이고, 의욕적(willingly)으로 두뇌활용을 극대화(brain engagement)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천할 수 있도록 SK 경영진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은 이날 무선 마이크를 달고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으로 CEO들 앞에 서서 1시간가량 SK그룹에 닥친 위기와 변화의 방법 등을 TED 방식으로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무선 마이크를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고 전했다. 회의는 최 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3가지 주제에 대해 각각 20분간 본인의 의견 제안한 뒤 CEO들과 15분 가량씩 토의를 진행하는 식으로 총 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회의에는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7개 위원장,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등 16개 주력 관계사 CEO 및 관련 임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이만우 SK그룹 부사장은 “최 회장이 내놓은 개념은 변화의 속도·깊이 등 2차원적 개념을 넘어 변화의 대상·방법, 그리고 변화의 목적까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시한까지 제시하며 그룹사 CEO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을 두고 더 적극적으로 그룹사 경영 챙기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정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