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젼 합병불허 충격] 공정위 불허 결정 지금까지 6건 뿐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기업결합 심사보고서에 ‘불허 의견’을 못박아서 발송한 가운데 실제로 이번 심사보고서가 최종 불허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보통 공정위 기업결합 조치는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뉜다. 먼저 시장을 획정하고 둘째로 이같은 시장에서 기업결합을 할 시 합병법인이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점유율이 급격히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신규진입을 막는 등 경쟁을 제한하는지를 살펴본다. 결국 기업결합이 최종 불허가 되기 위해서는 ‘특정 시장’에서 ‘지배적 사업자’가 되어서 ‘경쟁을 제한’하는 3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다.
이때문에 공정위는 시장점유율이 급격하게 상승하더라도 ‘조건부 승인’을 해주는 게 그간 통례였다.
가령 2008년 당시 공정위는 미국 이베이(eBay)의 G마켓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양사가 합병할 시 국내 ‘오픈마켓’(인터넷 시장)의 약 87.2%를 점유하지만 인터넷 사업의 특성상 언제든 새로운 경쟁사업자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당시 공정위는 향후 3년간 판매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다는 등 가격부분에 대해 조건을 단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이 불허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때까지 수많은 기업결합 사례를 심사했지만 그동안 합병 불허 결론을 내린 적은 단 6번 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2009년 호텔롯데의 파라다이스면세점 기업결합 불허 건이다. 공정위는 당시 이들 회사가 공통적으로 속해있는 곳은 부산경남지역 면세점이며 합병법인의 점유율이 87.2%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면세점 특성상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므로 신규경쟁자가 출현할 일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들 기업간 결합은 사실상 부산 경남지역 면세점 시장에서 독점적 시장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당시 취소 사유를 밝혔다.
2003년 희석식 소주 제조회사인 대선주조와 무학 간 기업결합도 불허되었다. 이들 기업들은 전국 단위로 보았을 때는 3위(대선주조)와 4위(무학) 업자였지만 경상남도에서는 1위(무학)와 2위(대선주조) 업자였다. 당시 공정위는 시장을 ‘부산경남’ 지역으로 획정해 소주가격 인상가능성이 있다며 이들 기업 간 결합을 불허했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14년 시력교정용 안경렌즈 세계 및 국내 1위 업체인 에실로의 2위 업체 대명광학 기업결합 불허 건이다. 당시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결합할 시 ‘단초점렌즈’ 시장과 ‘누진다초점렌즈 시장’에서 각각 66.3% 46.2%를 점유해 1위 사업자가 되며 끼워팔기 등으로 안경렌즈 가격을 부당하게 인상할 수 있다며 에실로의 대명광학 주식 취득을 불허했다.
[나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