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비오가 사라지게 되면서 삼성물산패션부문의 남성복은 프리미엄군의 갤럭시와 중저가군의 로가디스로 포트폴리오가 단촐해진다. 특히 로가디스는 컬렉션과 그린 등으로 나눠져있던 라인이 하나로 통폐합된다.
업계에서는 작년 7월 론칭한 라베노바와 20년 넘는 역사를 가진 2030 타깃 남성복 브랜드 엠비오 철수를 다소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라베노바는 한섬의 ‘덱케‘나 SK네트웍스의 ‘루즈앤라운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삼성물산패션부문이 론칭시킨 핸드백 브랜드다. 그러나 브랜드 론칭 과정에서부터 치열해진 시장 경쟁에서 후발주자인 라베노바가 과연 선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초기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작년 라베노바 매출은 10억원대에 불과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삼성물산패션부문 관계자는 “라베노바가 론칭한지 얼마 안됐지만 회사 전체를 위해 안되는 브랜드는 과감하게 접는게 맞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달새 삼성물산패션부문은 라베노바 제품을 티켓몬스터와 같은 소셜커머스 등에 내놔 재고를 조금씩 소진해왔고 매장 숫자도 백화점 직영매장 10개로 많지 않아 철수 과정 자체는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1995년 론칭한 후 20~30대 남성을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던 엠비오도 21년만에 역사속으로 사라진다. 엠비오는 작년 기준 매출이 480억원 정도였으며, 백화점 위주로 전국에 총 70개 매장을 보유중이다. 삼성물산패션부문은 국내 매장과 함께 중국에 갖고 있던 27개 매장 역시 내년 2월까지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물산패션부문 측은 “경영내실과 사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2개 브랜드를 정리하는 대신 모든 역량은 SPA브랜드인 에잇세컨즈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에잇세컨즈는 하반기 중국 상하이에 대규모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시작으로 본격적 중국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선 부진한 실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에잇세컨즈가 중국에서 살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에잇세컨즈는 이서현 사장이 ‘8초만에 중국을 매료시켜라’라는 뜻으로 브랜드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부터 참여한 브랜드라 핵심인 중국시장에서의 성공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에잇세컨즈의 성공여부가 작년 삼성가 남매 중 마지막으로 대표로 취임한 이 사장의 경영능력 가늠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 수입채널로 활용됐던 편집숍 ‘비이커’는 자체상품 개발 확대를 통해 삼성물산패션부문의 유통형 사업으로 발전시켜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고가의 수입 브랜드 위주로 운영됐던 기존과 달리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전 브랜드를 아우르는 유통채널로 탈바꿈시켜 확대 개편하겠다는 계획. 이미 삼성물산패션부문이 인수해 운영중인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 등이 비이커 내에 입점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패션시장이 전반적 침체에 빠지면서 브랜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재무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가 보유한 비효율 부동산 자산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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