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방위산업체 한국항공우주(KAI) 훈련기가 아프리카 시장에 첫 진출했다.
19일 KAI에 따르면 아프리카 세네갈 공군은 15일 KAI가 생산 중인 KT-1 기본 훈련기 4대를 공급받기로 결정했다. KAI는 향후 30개월간 순차적으로 KT-1을 납품하게 된다.
방산업계에서는 KAI의 세네갈 훈련기 공급으로 아시아·유럽·남미에 이어 4개 대륙에 수출 거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두고 있다.
◆고가 고등기 수출발판 확보
KAI는 2012년 터키(40대)를 시작으로 이듬해 인도네시아(17대)에 KT-1 납품을 완료했다. 내년 10월까지는 페루에 총 20대 훈련기를 공급한다.
여기에 종전 훈련기 수출 기반이 없었던 세네갈 시장을 개척하며 아프리카 활로를 뚫었다. KAI는 이번 계약을 통해 아시아(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유럽(터키), 중동(이라크), 남미(페루)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에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 초기 납품 규모가 크지 않지만 KT-1이 다른 고등 훈련기 수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KAI 측은 인도네시아 시장을 뚫을 때도 처음에는 KT-1 기본 훈련기로 시장 개척에 나서 점치 고부가 제품인 고등 훈련기(T-50)으로 수출 폭을 넓혀나갔다. T-50을 기초로 한 경공격기인 FA-50 남미 수출도 물밑 작업이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전해졌다.
KT-1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KAI가 1000여억원을 들여 개발한 공군 전투기 조종사 훈련기로 2000년 1호기가 한국 공군에 인도됐다.
최대 시속 478㎞, 항속거리 1670km에 12.7mm 총과, 로켓, 폭탄 등 가벼운 무장을 할 수 있어 유사시에는 공격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KT-1 대당 가격은 80~100억원선으로 추정된다
KAI 관계자는 “아프리카 거점을 통해 추가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이 미칠 것”이라며 “남미와 아프리카 개별 국가로 수출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최대 훈련기 시장인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T-X) 수주 결과를 앞두고 수출 저변을 넓히며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T-X 사업은 노후된 미 훈련기 350여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KAI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내년 하반기 결정될 38조원 규모 미국 훈련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훈련기 수출로 실적견인
훈련기는 KAI 차세대 핵심 먹을거리다. KAI는 지난해에도 훈련기 수출 등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매출액 2조9000억원·영업이익 2857억원)을 올렸다.
T-50 이라크 수출과 FA-50 필리핀 수출 납품 시작 등 완제기 매출이 실적을 이끈 것. 이미 수출 매출 비중은 62%로 내수(38%)를 크게 앞선 상태다.
KAI는 올해에는 페루, 보츠와나, 태국 등으로 완제기 수출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인도네시아, 체코, 이라크 등에는 토종 헬기인
항공기 수출 등에 힘입어 올해 실적 목표를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3500억원으로 크게 올려 잡았다.
하성용 KAI 사장은 “한국형 전투기(KFX)와 정부 소형민수·무장헬기(LCH·LAH) 개발 사업 등 보유 역량을 결집해 가시권에 든 사업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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