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매출 10조 2802억원, 영업이익 1조1195억원을 기록했다”고 22일 공시했다.
분기 실적으로는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 최고다. 올 1분기 실적까지 포함한 반기 실적(1조 9643억원)으로는 사상 최대다.
화학·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이 실적을 주도하면서 정유부문의 부진을 회복했다.
SK이노베이션은 “화학사업은 정기보수에 따른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에틸렌과 파라자일렌(PX) 등 주요 제품 가격 강세 덕에 분기사상 최고인 302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섬유나 페트병의 원재료가 되는 파라자일렌 시황 덕을 봤다. 올 상반기 파라자일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마진은 t당 380선에서 유지됐다. 직전 2년간 300~320달러 선에서 유지됐던 것에 비하면 20~30%가량 높아진 셈. 윤활유 사업에 대해서도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은 낮아졌으나, 글로벌 수요 증가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전분기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덧붙였다.
정유부문에서는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이익 감소분을 유가 상승에 따른 효과로 메우는 식이었다.
숫자만 보자면 정유부문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여기엔 정유사업을 담당하는 SK에너지 자회사인 SK인천종합화학의 실적이 포함돼 있다. 인천종합화학의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1조 2000억원, 20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SK인천종합화학 실적을 제외하면 2분기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정유부문은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머물렀다.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되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복합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각종 석유제품 생산 가격 간 차이를 계산한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에서는 배럴당 4~5달러 수준이 손익분기점으로 통용되고 있다. 페트로넷 등에 따르면 올 1월 배럴당 9.9달러까지 올라갔던 정제마진은 6월엔 4.9달러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반토막 났다. 정제마진만 놓고보자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지난 2014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정유사들 입장에선 수익을 결정하는 두 축 중 하나인 정제마진에선 이미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2분기에 유가가 이를 해결해줬다. 국내 정유업체들이 주로 사용하는 두바이유의 경우 지난 3월 배럴당 35.2달러이던 것이 4월엔 39달러, 5월과 6월엔 각각 44.3과 46.5달러로 완만하게 상승했다. 중동 등지에서 구매한 원유가 한국에 도착하는 데는 1개월가량의 시간이 걸리다보니 이 사이에 유가가 오르면 정유사 입장에선 시차로 인해 추가적인 수입이 생기는 것이 ‘재고 효과’다. 이 때문에 3분기 이후 상황에 대한 염려도 커지고 있다. 유가가 현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아 정제마진 하락 상쇄를 기대하기 어려운 때문
업계 일각에선 3분기 이후엔 “정유사들 영업이익이 절반 이상으로 축소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은 “하반기에 정제마진 회복이 기대된다”며 “차별적인 경쟁력을 더해 안정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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