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올해 9월로 예정된 지주회사 기준 5000억원 상향 적용시점을 내년 초로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동제약 샘표식품 등 자산규모 1000~5000억원 사이 중견기업 중 현재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은 세제상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4일 공정위 관계자는 “지주회사 자산기준을 14년 만에 올리면서 선의의 피해사례들이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이에 따라 적용시점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곧 시행령 입법예고를 통해 5000억원 자산기준 적용시점을 늦춘다는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지주회사 전환 건을 고려해보면 내년 초까지 시행시점을 늦추는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공정위가 이같이 나선 이유는 현재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준비중인 중견기업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공정위는 지난 6월 대기업 기준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하면서 지주회사 기준도 현행 1000억원을 5000억원으로 올렸다. 당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은 기자 브리핑에서 “자산 규모 5000억원 미만 지주회사는 평균 소속 회사 수가 8개로 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 지주회사가 14개인 점을 감안할 때 출자구조가 매우 단순하고 따라서 경제력 집중 우려가 낮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가 되는 경우 지분율 규제가 있지만 그만큼 혜택도 크다는 점이다.
가령 정부는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인 지주회사에 대해 ▲금산분리 ▲ 지주회사 부채비율을 200% 이하 제한▲ 증손회사까지 보유 등으로 규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세제혜택도 주고 있다. 가령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현물출자나 주식교환을 하면 양도세 과세를 늦춰준다. 또한 자회사 지분 취득하면 취득세를 면제하고 자회사로부터 배당을 받을 때도 법인세를 감면받는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 ‘2016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지주회사 설립을 했다는 이유로 세금혜택을 준 것이 지난해에만 172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각종 지분율 규제가 있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너도나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추세다. 특히 자산규모 1000~5000억원 사이 중견기업이 이같은 움직임이 활발한데 부방 쿠첸 골프존 등이 지난해 지주회사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휴온스 일동제약 샘표식품 등도 올해까지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공정위가 지난 6월 ‘3개월’의 유예기간을 주며 9월부터 자산규모를 5000억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들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사회 의결을 거쳐서 주주총회 승인 그리고 각종 기업결합 신고 등을 포함
이번 공정위의 조치는 이같은 피해사례를 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법적 안정성을 위해서 적용 시점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시영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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